부실기업을 가려내는 기업부실판정위원회 1차 작업이 31일 사실상 마무리
됐다.

이에따라 33개 은행들은 이번주초 담당자간 실무협의를 통해 이견을
조정해 회생불능기업, 가능기업, 정상기업을 나누게 된다.

은행감독원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은 이미 협의를 하고 있어 사실상 금주초
모두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협의과정에서 입장차이가 커 끝내 판정을 내리지 못할 경우에는
"전권을 위임한다"는 전제아래 가칭 "부실판정조정위원회"에 최종판정을
의뢰한다.

은감원은 오는 10일이전에 이 조정위원회를 공정하고 중립적인 인사들로
구성할 방침이다.

판정결과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권뿐 아니라 제2,제3금융권 추천
인사들도 조정위원회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은행들은 최종판정결과 회생불능기업으로 분류된 곳에 대해선 파산및 청산,
담보권 실행, 화의및 법정관리신청 등 정리.퇴출절차를 밟게 된다.

회생가능기업은 계열사정리, 증자, 출자전환, 부동산매각 등을 통해
정상화를 모색한다.

이를위해 은행들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구조조정팀(Work-out Team)을
이달초 구성해야 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토지공사의 부동산매입,자산담보부증권(ABS)발행,
부동산신탁도입, 각종 세제우대등을 통해 기업구조조정을 지원키로 했다.

정상기업은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져 금융권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부실판정과정은 너무 단시일내에 이뤄져 "졸속"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일부에선 중환자인 은행이 같은 환자인 기업을 수술하겠다며 칼을 들고
덤비는 상황이라는 냉소적 시각도 있다.

금감위측은 각 은행이 퇴출에 따른 부담이 커 퇴출시키지 못했던 기업들을
이번 기회에 위원회라는 제3의 기구를 활용해 가려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부실판정위원회 조정위원회같은 조직은 책임을 분산시키는 기구라는
점에서 또다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여지가 있다.

은행의 기업부실판정은 6월말로 예정된 BIS 8% 미만인 12개 은행의 퇴출
여부 결정과 맞물려 금융권과 재계에 동시에 긴장감을 던져주고 있다.

6월은 기업과 은행에 모두 "악몽의 달"로 기록될지 모른다.

<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