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선수인 박세리가 최근 미국 LPGA(여자프로골프)의 맥도날드
챔피언십에서 우승, 세계 정상에 오르자 우리나라는 온통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

박세리를 둘러싼 외신기자들이 인터뷰를 마치며 "축하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건넬 땐 IMF여파로 위축된 국민들의 어깨가 오랜만에
으쓱해졌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기뻐한 곳은 삼성이었다.

박세리는 삼성물산 소속 선수다.

그녀의 모자와 티셔츠에 선명하게 새겨진 삼성마크는 전세계 골프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삼성은 박세리의 우승으로 2천여억원의 광고효과를 누린 것으로 자체
진단하고 있다.

삼성이 그동안 박세리에게 투자한 돈은 30여억원.

무려 60여배의 투자효과를 거둔 것이다.

삼성 관계자가 "바로 이 맛에 스포츠마케팅을 한다"고 호언할 정도였다.

프로스포츠가 발달하며 기업들의 스포츠마케팅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스포츠는 일반인의 관심이 클 뿐만아니라 공정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제품이미지에 접목시키기 좋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스포츠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린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80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며 싹을 틔기 시작해 서울올림픽을 거치며 본격화
됐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국내 스포츠마케팅의 수준은 90년대 들어 삼성전자가 올림픽
톱스폰서로 등장하고,LG전자가 월드컵 공식스폰서로 자리매김되며 비약적인
발전의 계기를 맞았다는게 중론이다.

이는 국내 경제의 성숙과 함께 우리도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기업들이
생겨났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계약을 맺고 무선통신 분야의
톱(TOP;The Olympic Partner)스폰서가 됐다.

코카콜라 맥도널드 비자 코닥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함께 올림픽파트너로서
어깨를 나란히 겨루게 된 것이다.

톱스폰서는 각 대회마다 우선권을 보장받는게 관례여서 삼성전자는 앞으로
자진탈퇴하지 않는 한 세계적인 스포츠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됐다.

삼성은 올해초 나가노올림픽에서 후원사로 활약했으며 2000년 시드니올림픽
에서도 다시 한 번 톱스폰서로서의 지위를 과시할 예정이다.

LG전자의 월드컵 공식스폰서 획득도 의미깊은 일이다.

LG전자의 월드컵 참여로 우리나라는 지구촌 양대 스포츠이벤트에서 모두
공식스폰서를 배출한 국가가 됐다.

LG애드 마케팅팀의 박현종 박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같은 대형 이벤트의
공식스폰서가 된다는 것은 바로 세계적인 기업이라는 보증수표와 같다"고
말했다.

기업의 스포츠마케팅은 국내에서도 치열하다.

현대 삼성 LG 대우 등 대기업 대부분은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다.

하이트배 축구대회, 필라오픈골프 등 대회명칭을 사는 타이틀스폰서가
되거나 선수 개개인을 후원하는 기업도 많다.

박재홍이 홈런을 칠 때마다, 박세리가 버디를 낚을 때마다, 이봉주가
마라톤코스를 완주할 때마다 후원사들의 이름값도 올라간다.

기업활동의 영역이 전세계로 넓어지며 외국선수 및 스포츠단을 후원하거나
각종 대회를 유치하는 사례도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스포츠마케팅은 IMF한파로 위기를 맞고 있다.

많은 스포츠단이 해체되고 투자가 줄어들며 그동안 소중히 쌓아올린
마케팅기반이 무너질 상황에 처해있다.

독일 쾰른체육대의 학포르트 교수는 "불황일수록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며 "경기회복을 대비해 지속적인 마케팅활동을 펼치는게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