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옳고 그름의 잣대는 정확히 "힘"의 크기에 비례해 온 게
역사적 실증이다.

과거엔 그 "힘"이 "무력"이었지만 지금은 "달러"로 바뀐 게 차이점일
뿐이다.

멀리 갈 것 없이 국제통화기금(IMF)의 행보를 들여다 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그 이름은 분명히 "국제통화"문제를 다루는 기구로 돼 있지만 요즘 하는
일은 "국제정치"다.

''내정간섭''이라는 비난도 아랑곳 않는다.

지난 26일 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공항에 도착한 휴버트 나이스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장의 일성은 다름아닌 "정치안정"이었다.

방문일정 부터가 그랬다.

경제관료는 뒷줄로 밀렸다.

아미엔 라이스 회교지도자, 메가와티 전 민주당총재 등 재야정치지도자를
먼저 만났다.

노조 대표들과도 의견을 나누었다.

외국인이 아니었다면 대통령 출마후보로 착각할 정도였다.

IMF측의 설명은 간단하다.

정치가 안정돼야 경제가 바로 잡힌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를 빼고 경제를 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개입은 IMF의 몫이 아니다.

IMF설립문에는 <>가맹국의 환율과 외환제도 감독 <>국제수지 조정을 위한
신용공여 <>기술적 지원 등으로 역할의 한계를 적시하고 있다.

국제경제계의 논객들이 IMF를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바로 IMF의
월권을 경계해서다.

인도네시아에서 정치민주화가 시급한 것 못지않게 "국제경제 민주화"
문제도 이젠 본격 논의할 때가 된듯하다.

그것은 다름아닌 "미국"과 "IMF"의 명확한 분리에서 부터 출발돼야 할
것이다.

< 김수찬 국제1부 기자 ksc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