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 재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수개월 이상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 재무장관회담 참석차 캐나다를 방문한
루빈 미국재무장관은 24일 "인도네시아에 대한 자금지원 문제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잘라 말했다.

또 "정치 개혁이 자금지원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미국은 하비비 신임대통령이 기존 정치체제를 개혁할수 있을 것인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2일 밤 국회의사당에서 농성중이던 학생들을 강제해산시킨데
대해서도 미국은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은 "평화적인 시위는 보장하라"는 요지의 성명을 즉각 발표하기도 했다.

내친 김에 정치문제까지 매듭짓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APEC 재무장관 회담 의장국인 캐나다의 폴 마틴 재무장관은 "혼돈(chaos)
상태인 나라에 자금을 대줄 수는 없다"며 거들었다.

중국과 싱가포르등이 "IMF자금 지원이 경제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인도네시아를 응원했으나 의례적인데 그쳤다.

캉드쉬 IMF총재 역시 "불가"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 또한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석을 달았다.

세계은행(IBRD) 관계자는 조속한 자금지원이 필요하다면서도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하비비 신정부는 수하르토의 사위인 프라보 전략
예비군 사령관을 해임했다.

하비비 자신의 동생도 국책사업책임자직을 물러나게 했다.

"구시대와의 차별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또 APEC 재무장관회의에 다르마 수탄토 주캐나다 대사를 급파해 "IMF와의
합의사항을 완전히 이행할 것"이라는 대통령 성명을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IMF 등 국제기구의 인도네시아에 대한 자금지원 약속금액은 모두 4백30억
달러.

그러나 지금까지 1차분 40억달러만 집행되고 나머지는 보류돼 있다.

2차지원분 40억달러중 6월4일 지원예정이던 10억달러에 대해서도 수하르토
가 사임하기 하루전인 지난 20일 무기한 중단선언을 내려놓고 있다.

이번주중에는 휴버트 나이스 IMF 아.태국장을 단장으로한 실사단이
인도네시아를 공식 방문해 중간점검을 벌일 예정이다.

결국 IMF가 경제문제를 챙기는 동안 하비비 정부가 미국과 물밑 정치교섭을
어떻게 이루어 내느냐가 지원재개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6백4억달러에 달하는 민간기업들의 채무상환연장협상은 6월초 독일
에서 재개된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