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면과제인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업인수.합병(M&A)
활성화가 필수적이지만 지금까지는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안따까운
심정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M&A시장에 나온 매물이 46조7천억원
이나 된다고 한다.

이같은 매물규모는 30대그룹 총자산의 11%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며
드러나지 않게 추진중인 경우까지 포함할 경우 실제 M&A 규모는 이보다
몇배나 많으리라고 추정된다.

하지만 조사대상인 51개 M&A 중개업체에 매각의뢰된 건수가 2천2백81건인데
비해 매수의뢰 건수는 7백79건에 불과해 심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난 95년부터 M&A가 추진된 3천4백46건중 성사된 경우는 4백46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M&A의 속성상 이 정도의 성사비율이 결코 낮다고 할수 만은 없지만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하는 처지다 보니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지금 상황에서 웬만한 규모의 M&A를 추진할 수 있는 곳은 외국인 투자자
밖에 없다.

그리고 정부는 이미 외국인의 적대적인 M&A를 허용했으며 종목당 주식매입
한도를 철폐하는 등 나름대로 M&A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몇가지
점을 더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국내기업의 경영 및 회계처리가 투명해져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수익을 기대하고 거액을 투자해 기업인수를 추진하는
투자자로서는 위험부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상거래 관행이 다르고 경영환경이 낯설기만 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판에 분식회계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자산실사결과가 재무제표와 큰
차이가 나면 누가 거액을 들여 M&A를 추진하겠는가.

또한 국내기업의 준비자세에도 문제가 많다.

어차피 파는 쪽은 더 받으려 하고 사는 쪽에서는 싸게 사려고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흥정을 붙이는 M&A 중개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누가 봐도 설득력 있게 기업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하다면
자금조달방안 및 일정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매각을 의뢰한
기업이 M&A 중개업체와 전속계약을 맺어 일을 책임지고 추진하도록 해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딱하다.

심지어는 매각을 추진하는 국내기업이 일방적으로 계약이 성사됐다고
공식발표를 했는데도 매입을 고려하는 외국기업은 부인하는 경우마저 적지
않게 일어나니 가뜩이나 취약한 신뢰도가 더욱 추락하지 않을 수 없다.

이밖에도 거평그룹이 대한중석의 초경합금 사업부문을 이스라엘에
매각하려다가 노조의 반대로 지체된 사례에서 보듯이 고용승계 합의 등
사전 정지작업을 소홀히 하는 문제점도 시정돼야 한다.

거래는 쌍방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성사되며 지금 처지가 다급한
쪽은 우리인 만큼 국내기업들은 보다 투명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M&A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