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의 하야로 인도네시아에 대한 국제금융기관의 지원이 즉각
재개될지가 관심거리다.

지원재개 여부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물론 아시아금융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장은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부정적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스탠리 피셔 IMF부총재는 지난 21일 "다음달 4일로 예정된 10억달러
지원을 일단 보류한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쪽이나 국제금융기관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도
미적거리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하비비 대통령체제가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 경제가 "응급수혈"정도로 회복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요인이다.

경제가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망가져 있는데다 지도체제마저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선뜻 돈을 쏟아부을 수 없다는 게 국제금융기관들의 입장이다.

제임스 루빈 미국국무부대변인은 22일 이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인도네시아에 4백30억달러의 IMF구제금융을 지원하는데는 적절한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토를 달았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민주개혁을 단행하고 <>모든 세력을 포괄하며
<>정부와 국민간 대화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새로운 내각에 경제개혁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인사들이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비비가 이번 개각에서 개혁의 색깔을 내려한 흔적이 엿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하다고 보지는 않는 게 일반적인 분석 같다.

세계은행쪽도 비슷한 생각이다.

"인도네시아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이제 시작일 수 있다"
(데니스 드 트레이 세계은행 인도네시아 사무소장)는 게 세계은행 쪽의
시각이다.

따라서 좀더 구체적이고 광범위한 경제개혁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는
분위기다.

보다 확실한 개혁 프로그램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돈을 줘봐야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게 뻔하다는 얘기다.

경제전문가들 역시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하비비정부가 경제개혁을 약속했지만 투자가들이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존 스미스 PA투자 동아시아담당)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인도네시아가 국제금융기관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사회적인 안정을 확보해야 할 것 같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