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반도체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내 조선 및 반도체 산업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모두 세계 1위의 자리에 있다는 점이다.

다만 조선은 VLCC(초대형 유조선) 등 대형범용선 분야에서, 반도체는
메모리 분야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범용제품에 국한된 일등이다.

따라서 조선과 반도체가 물량면에서는 현재 메이저 기업군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앞으로도 메이저 기업군에 남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양이 아닌 질이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선과 반도체는 구조조정에 성공한다면 메이저 기업군에 남게
되지만 실패할 경우 마이너로의 전락이 불가피하다.

조선의 경우 현재 선가하락과 저가수주 경쟁으로 채산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VLCC 선가는 지난해 12월 8천2백만달러였으나 지금은 7천6백만달러 수준
으로 떨어져 있다.

따라서 현대중공업등은 선가 회복시기를 기다리며 수주를 기피하고 있다.

아직 건조물량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호전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때야말로 합리화와
기술개발에 나설 때다.

구조조정의 중심은 합리화와 고부가가치화다.

물론 국내외 업체간 협업도 포함된다.

조선의 자재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후판이다.

CAD(컴퓨터에 의한 설계)와 절단의 NC(수치제어)화 등으로 후판의 사용
효율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CIM(컴퓨터통합정보시스템) 도입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재고 축소를 달성해
원가절감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실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쟁력이 있는 대형범용선에 주력하면서 고부가가치
선의 비중을 점차 확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 조선소 설비는 대형선 건조에 적합하다.

세계적으로 대형선박 부문의 경쟁자도 많지 않아 우선은 대형범용선에
주력해야 한다.

동시에 LNG선 셔틀탱커 석유시추선 등 고부가가치선의 사업비중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특히 LNG선은 일부 국가만이 건조 가능한 유망분야다.

반면 호화여객선 등 리스크가 큰 사업은 당분간 참여를 유보해야 할 것이다.

세계 1위 조선국의 입지 확보를 위해 국내업체간 기자재의 공동생산.구매에
나서며 출혈경쟁을 지양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한.일.중 3국간 전략적 제휴를 통한 분업생산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과는 핵심기자재를 공동생산하고 중장기적으로 원화절상에 대비해 중국
에서의 대형 유니트 제작을 고려해야 한다.

반도체산업은 공급과잉에 따른 D램 가격 하락으로 최대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95년말 이후 가격은 전혀 회복되지 않은채 내림세를 거듭하고 있다.

16메가D램은 개당 2달러 이하, 64메가D램은 10달러 이하까지 추락했다.

메모리는 국내 산업 가운데 가장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 분야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우선 시장점유율 확대 위주의 투자전략에서 탈피,최고의 원가경쟁력을
다져 나가야 한다.

가격하락에서 오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이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협의기구를 신설해 반도체 3사간 공급조정 협략을 체결해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메모리 가격변동에 대한 대응력을 제고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생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압력도 커지고 있다.

설계 가공 조립 등 각각의 강점사업을 특화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업계간
분업체계를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를 테면 개발에서 제조까지 전 부문을 일괄 담당하는 것보다 융통성 있는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특정분야의 설계.개발력을 보유한 업체와 여유 생산라인을 보유한
업체간의 위탁생산 방식을 활성화하고 업계가 적정 생산량을 감안한 투자
조정이 가능해야 한다.

비메모리 육성은 반도체산업이 메이저 기업군으로 올라서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메모리.비메모리 복합칩과 CDMA방식 디지털 휴대전화, DVD, 디지털TV 등
전자업체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시스템 비메모리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또 우리의 강점인 메모리 가공기술을 활용해 해외 비메모리업체와 전략제휴
및 M&A를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전도 잘만하면 메이저 기업군으로의 도약이 가능하다.

가전은 구조조정이 진행중이지만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

구조조정은 소형가전의 중소기업 이관, 저부가가치 사업의 철수 및 해외
이전, 수출제품 및 범용제품의 적극적인 해외생산 등의 다각적인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경쟁관계에 있는 동남아산 일본제품에 비해 비가격경쟁력은 물론
가격경쟁력도 열세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가전이 메이저 기업군으로 뛰어오를 수 있느냐는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에
달려 있다.

고성장이 예상되는 디지털TV 디지털캠코더 DVD채용기기 등 정보가전 제품에
힘이 집중돼야 한다.

인터넷TV 멀티미디어PC 등 정보통신-가전 융합제품은 물론 카 내비게이션
시스템처럼 전자 기계 등의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제품을 개발해 내는 것도
급선무다.

노동집약형 저부가가치 제품의 해외이전을 거듭해 전체 전자산업에서 차지
하는 가전의 비중을 18%에서 10% 이하로 낮추는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과
정보통신분야를 확대해야 한다.

유통의 선진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