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18일 엔화가 달러당 1백36엔 밑으로 떨어지고 루피화도 폭락하는 등
아시아외환시장은 심하게 요동쳤다.

증시에서도 주가는 일제히 내림세로 돌아섰다.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의 시장혼란은 도쿄외환시장에서부터 시작됐다.

개장즉시 엔은 달러당 1백35엔 밑으로 내려가 한때 1백35.37엔으로
떨어졌다.

도쿄시장의 내림세는 런던시장과 뉴욕시장으로 이어져 오전장에서 6년9개월
만에 최저치인 136.15엔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일본은행은 1백40엔까지는 시장에 개입(달러매각 엔매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엔화가 더 폭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니에 대규모 채권을 갖고 있는 일본금융기관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더 많이 떨어졌다.

지난주말 달러당 1만7백50루피아였던 루피아시세는 1만3천1백루피아로
수직 낙하했다.

하루 낙폭이 무려 21%나 됐다.

시장관계자들은 루피아가 조만간 달러당 2만루피아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폭동시위로 외국자본이 철수하거나 더 들어오지 않아 인니경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근거에서다.

지금까지 최저치는 지난 1월의 달러당 1만7천루피아였다.

이때는 고정환율제 도입여부를 놓고 인니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극심하게 대립하던 시기였다.

이밖에 태국 바트화는 달러당 39바트에서 39.2바트로, 싱가포르달러는 미
달러당 1.6433싱가포르달러에서 1.6542로 내려갔다.

홍콩과 대만달러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주가 내림세도 통화가치 하락세 못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종합주가지수는 심리적 하락 저지선인 400선 아래로 밀렸다.

주가 하락폭은 4.2%에 달했다.

이밖에 홍콩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주가도 일제히 2~4%씩 떨어졌다.

지난 주말 유혈사태가 극에 달했을 때 동남아 주가가 거의 변동을 보이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때 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확한 판단을 못내리고 관망하던 주식투자자들이 이제는 나름대로 방향을
잡았다는 뜻이다.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등 동남아지역의 경제가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와관련, 싱가포르에 있는 영국금융기관 IDEA는 인도네시아 사태로 이
지역 경제 전체가 경기후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