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리더가 되자"

벤처산업계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대학 연구소 대기업 등에서 솟구치는 목소리다.

실험은 하되 "실용화"와는 담쌓았던 대학과 연구소가 벤처산업이란
우산속으로 들어가는 신조류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구조조정으로 조직에서 나온 대기업 기술인력들이 벤처성장의
견인차 역을 할 태세다.

신기술.지식집약형의 벤처기업을 많이 확보하는 길만이 와해지경에 이른
국력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그것만이 벤처창업의 확산을 통해 대량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 벤처산업은 갈 길이 멀다.

이제 본격적인 시작단계일 뿐이다.

금방 달아오르다 이내 식어버리면 벤처육성은 공염불이 되고 만다.

벤처산업은 97년 초부터 육성바람을 타기 시작해 중반기에는 버블로 표현될
만큼 과열되다 가을께부터 급랭과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듯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체제에 들어가는 등 국가가 위기상황을
맞으면서 벤처기업들도 예외없이 극심한 자금난과 부도의 회오리에 휘말려
들었다.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의 각종 지원책은 구호에 그쳤을 뿐 현실적으로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부가 벤처산업에 다시 정책적 무게를 얹어주고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실질적인 육성에 나서면서 벤처붐이 다시 일고 있다.

지구촌의 개별국가 경제상황을 살펴보면 벤처육성의 당위성은 확연해진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경기하강 선상에 있는데 비해 유독 미국 대만
이스라엘이 상승곡선을 지향하고 있다.

바로 벤처산업을 꽃피운 점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미국 경제의 체질을 강화시킨 것은 지식 혁신 스피드를 주무기로 볼륨을
키워온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

수년 간에 걸친 대대적인 산업구조 조정에도 불구, 미국이 낮은 실업률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벤처기업들이 고용창출에 지대한 공헌을 했음을
반증해준다.

우리의 경쟁국이었던 대만은 "개미군단"의 위력을 발휘하면서 이제 우리
나라를 훨씬 앞질러가고 있다.

중소 벤처기업들의 혁신적 기업활동과 국제화가 경쟁력강화의 요인이다.

90년대 들어 구소련에서 이민 온 유태계 과학자들에 의해 피어나기 시작한
이스라엘의 벤처산업은 벤처 드라이브 정책의 성공적 사례로 꼽힌다.

정부의 강력한 벤처정책에 힘입어 이스라엘은 전 국토가 벤처산업단지화
됐을 정도다.

벤처육성의 핵심은 역시 창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창업이 절대 부족했다.

97년 창업 건수는 3만2천여 건으로 미국의 4.1%, 일본의 33% 수준에
불과했다.

인구 1천명당 창업 건수도 우리나라 0.8개로 미국(5.8개) 일본(1.4개)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못미쳤다.

그동안 벤처창업 관련 산학 연대기반이 극히 취약해 대학이 벤처창업의
보고임에도 불구하고 기술개발 지원기관으로만 활용한 것이 창업부진의
배경이다.

그런데 이제 대학과 연구소가 달라지고 있다.

대학의 벤처동아리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올해는 모두 1배50여개로 지난해보다 60여개 늘어날 전망이다.

대학생 창업 케이스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숭실대 경희대 서울대등 10개 대학내에 창업지원센터를
발족시키기로 하면서 졸업생은 물론 재학생들도 교수들과 팀을 이뤄
보육센터에 입주하고 있다.

지난 4월 첫 오픈한 숭실대 창업지원센터의 경우 15개 예비 벤처기업중
8개가 대학생 창업케이스였다.

< 문병환 기자 moon@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