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를 키우는 낙농가들이 빈사상태에 놓여있다.

IMF한파로 우유소비가 격감, 우유가 남아돌고 있다.

이에 따라 낙농가들은 우유를 짜서 버려야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젖소를 줄이자니 그것도 힘들다.

젖소값이 폭락, 400kg나가는 어미소가 50만원 받기도 힘들다.

게다가 정부정책에 따라 축사시설투자를 위해 꿔다쓴 돈으로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만 간다.

전북 임실에서 젖소 70마리를 키우는 김홍빈씨는 "수십년 젖소를 키우면서
올해같이 힘든 해는 처음"이라고 한숨을 쉰다.

롯데유업에 납품하는 김씨는 지난해까지는 우유 5백kg를 납품했다.

IMF한파이후 최근에는 4백kg로 줄였다.

배고파하는 젖소들에게 주는 사료를 줄이고 젖이 불어 고통스러워하면
젖을 짜 버리곤 하면서 납품량을 줄였다.

젖소를 도태시키라고 하지만 그건 낙농가의 현실을 모르는 일이라고
김씨는 강조한다.

4, 5년전에 3백만원주고 사 키워논 소가 고기용으로 도축하려면 50만원도
안나간다.

육우값이 떨어졌다지만 젖소값은 그보다 두 세배 이상 떨어졌다.

도시의 집있는 사람들이 자산디플레를 걱정하는 소리는 낙농가의 자산
(젖소값)디플레에 비하면 차라리 농담같이 들린다.

대출금상환을 생각하면 더욱 갑갑하다.

정부정책에 따라 축사시설투자와 축산폐수처리시설을 짓는데 6천만원을
축협에서 빌려다썼다.

IMF사태가 터진지 얼마 안돼 지금은 버티고 있지만 원금은 커녕 이자상환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김씨는 그래도 나은 편에 속한다.

소 50마리 이상을 기르는 낙농가들치고 1억원이상 빚지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이기 때문이다.

불과 2, 3년전까지도 축산진흥정책에 따라 낙농가들은 축사시설현대화와
축산폐수처리시설자금으로 적게는 몇천만원에서 많게는 1~2억원씩 융자를
받았다.

우유소비가 줄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낙농가들이 우유생산량을 줄이기 힘든
것은 이때문이다.

시설투자한 만큼 소를 늘려왔고 투자분을 회수하는 방법은 소젖을 짜서
파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낙농가들은 모두 망하고 말겁니다.

IMF가 극복될 때까지만이라도 상환기간을 연장해주거나 축산물가격폭락을
막기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없다면 말입니다"

농림부와 한국유가공협회 등에 따르면 4월말 현재 국산분유 재고량은
마지노선으로 여겨져온 1만5천t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우유 이정호 지도부장은 "우유와 분유 재고줄이기를 위한 대책이
늦어질 경우 지난 90년의 분유파동을 능가하는 최악의 파동이 밀어닥칠것"
이라고 내다봤다.

< 김정아 기자 jacki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