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이틀째인 12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본회장의 의석 대부분이 비어 있어서다.

이날 의석을 지킨 의원수는 재적의원 2백93명중 불과 50여명 남짓.

전날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김수한 국회의장이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돼 있으니 제발 자리를 지켜달라"
고 몇번 당부를 했지만 별무 성과였다.

도대체 의원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날 여야 각당은 당내 행사가 많았다.

국민회의는 남양주시 지구당 개편대회를, 자민련은 대전시장후보와
충북도지사후보 선출대회를 치렀다.

한나라당도 인천시지부 필승결의대회와 기업구조조정 세미나를 개최했다.

의원들은 물론 가볼데가 많았다.

또 19일 지방선거 공고일을 앞두고 기초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출마
후보들을 가려내는 작업도 의원들에게는 중요했을게다.

이들이 이번에 당선돼야 2년후의 총선에서 도움을 받게 될테니까.

이번 임시국회는 당초 경제정책혼선과 실업문제 등 IMF 위기대책을 긴급
점검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단독 소집, 파행이 예상됐으나 김대중대통령이
"민생국회에 참여하라"고 지시, 모양새를 갖췄다.

임시국회 참여 명분을 "민생국회"에서 찾았던 집권 국민회의 소속의원들은
질의자를 빼면 손가락으로 꼽을 지경이었다.

특히 민생관련 정책의 지휘탑이랄 수 있는 각당 정책위의장의 모습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2백만 실업자들은 누굴 믿어야 하나.

"당선"만 있고 "활동"이 없는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IMF 극복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남궁덕 < 정치부 기자 nkdu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