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습니다. 개혁이 물건너 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8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부출연연구기관 경영혁신
공청회에 참석한 기획예산위원회 관계자의 얘기다.

그는 "피흘리지 않고 개혁을 하려다보니 걸림돌이 너무 많다"고
털어놨다.

기획위는 당초 1개부처에 1개 연구기관을 둔다는 원칙아래 통폐합을
추진했다.

지난달 20일 열린 1차 공청회를 전후해 이 원칙을 밝혔다.

해당 연구기관들이 거칠게 반발하고 나선것은 물론이다.

연구기관과 각 부처의 주장은 물리적인 통폐합이 연구기능을 도외시한
발상이라는 것.

기획위가 처음 밝힌 개혁의지는 이런 와중에 밀리고 말았다.

우여곡절끝에 나온 2차 개혁방안도 강한 저항을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통폐합방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통합관선 이사회를 둔다는 타협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일부 이해관계자들은 이번에도 새로운 이사회가 기존 부처별
이사회처럼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 개혁작업을 진행중인 기획위 실무자들은 힘이 빠진다는 말을
자주한다.

연구기관보다 더 힘있고 방대한 조직을 개혁할 생각을 하면 더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공기업을 민영화하면 공공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등의 반대논리도
소속부처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문민정부시절 많이 듣던 상투적인 레퍼터리다.

부처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한 공공부문 개혁이 성공할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정구학 <경제부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