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광고는 간단하다.

단 한마디로 소비자를 사로잡는다.

"따봉~" 한마디면 그만이다.

더이상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흔들어주세요~" 한마디면 소비자는 저절로 "써니텐"을 생각한다.

음료산업 반세기동안 수많은 광고가 등장했다가 소리없이 사라졌다.

선풍적 인기를 끌던 광고도 서서히 잊혀져갔다.

하지만 10년 20년이 지나도 광고인들 사이에 신화처럼 얘기되는
광고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롯데칠성의 "델몬트오렌지주스" 광고.

오렌지 품질검사관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따봉~"이라고 내뱉는
한 마디에 다같이 환호성을 지르며 삼바춤을 추는 모습.

지난 90년 텔레비전에 광고가 나가면서 "좋다"는 의미의 "따봉"이란 말은
단숨에 베스트 유행어가 됐다.

어른이든 아이든 기분이 좋으면 "따봉~"이라고 외쳤다.

롯데칠성은 해태 "봉봉"에 당했던 설움을 이 광고 하나로 말끔히 털어냈다.

이 기발한 광고는 우연과 창의력과 순발력의 합작품이었다.

대홍기획 스태프진은 "델몬트" 광고를 찍으러 브라질로 떠날때 "따봉"이란
말은 생각지도 않았다.

이들은 촬영을 시작한 순간까지도 마땅한 핵심구절을 찾아내지 못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따봉~"이란 브라질 말을 광고에 넣자고 제안했다.

현지에 와서 알게된 이 말이 광고 의도에 딱 맞는다는 얘기였다.

이 제안은 즉석에서 채택됐다.

결과적으로 "엉뚱한" 광고를 찍게 됐다.

그러나 결과는 상상을 초월한 히트였다.

롯데에 "델몬트오렌지주스" 광고 "따봉~"이 있다면 해태엔 "써니텐"
광고 "흔들어주세요~"가 있다.

"써니텐"이 등장한 시기는 76년 2월.인공향음료 "환타"와 "오란씨"가
과즙음료시장을 주름잡던 때였다.

해태는 포도 오렌지 천연과즙이 10% 함유된 "써니텐"으로 도전장을 냈다.

문제는 천연과즙이 병 바닥에 가라앉기 때문에 흔들어 마셔야 제맛이
난다는 점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태는 소비자들에게 흔들어 마시라고 알리기로
했다.

"써니텐" 광고 히트 비결은 메시지 전달방식에 있었다.

평범하게 "흔들어 마셔야 제맛이 납니다"라고 했다면 소비자들은
"써니텐"을 오래 기억하지 않았을 것이다.

음료수병을 흔든다는 개념과 노래하면서 몸을 흔든다는 개념을 교묘하게
혼합한 것이 그 비결이었다.

당시엔 가수가 무대위에서 심하게 몸을 흔드는 모습 자체가 낯설었다.

그런데 김완선을 비롯한 인기가수들이 춤을 추며 남긴 한마디는
"흔들어주세요~"였다.

이 한마디 당부는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써니텐"을 단숨에
인기음료로 만들어놓았다.

제품이름 "맥-콜~"로 끝나는 "맥콜" 광고는 슈퍼스타 조용필을 등장시켜
성공한 케이스.

열정적으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조용필, 그가 외치는 "맥-콜~" 한마디는
89년 음료시장을 발칵 뒤집었다.

그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보리음료 "맥콜"을 출시한 (주)일화 관계자들은
사실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가는데 만족할 셈이었다.

당시 음료시장은 콜라 사이다 향음료가 장악하고 있었다.

소비자 수요조사에서도 "맥콜"로는 이렇다할 매출신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나타났다.

그러나 뭇소녀의 "오빠" 조용필의 인기는 이런 예상을 뒤엎었다.

보리음료의 특이한 맛이 조용필의 인기와 더해지면서 "맥콜"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 바람에 일화는 공장을 밤낮없이 가동해야 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