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자동차그룹인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간의 합병 움직임은 세계
자동차업계에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지난 96년 미국 포드가 일본 마쓰다를 인수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인수합병(M&A) 사례가 없었다.

금융이나 항공,제약업계등에 M&A가 끊이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
이다.

그만큼 정체돼 잇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자동차업계도 결국 M&A 바람을 비켜갈수가 없었다.

이번 사례가 그 반증이다.

세계 자동차업계 M&A의 필요성은 우선 "과잉생산론"에서 비롯된다.

이미 생산이 수요를 능가하는 포화상태에 왔기 때문에 메이커간 M&A를 통한
숫자 줄이기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자동차시장 분석기관인 DRI맥그로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01년께
전세계 자동차 생산능력은 8천만대로 늘어나는 반면 수요는 6천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2천만대의 자동차가 주인을 못찾게 된다는 설명이다.

양사간 합병논의는 이와함께 21세기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몸집을
키우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다"는 현실적인 상황도 작용했다.

벤츠는 독일내 최대 자동차업체이지만 현재 생산규모면에서 세계 15위에
그치고 있다.

미국 빅3중의 하나인 크라이슬러도 세계 7위에 머물고 있다.

서로 합쳐 도약하자는 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합병후엔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매출액 기준으로 일약 세계 3위로
부상하게 된다.

생산규모면에서는 GM, 포드(미국), 도요타(일본), 폴크스바겐(독일),
닛산(일본)에 이어 세계 5위가 된다.

벤츠로서는 이번 합병이 성사될 경우 럭셔리카(고급차)메이커로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고급차만으로는 시장을 장악하는 데 힘이 부치기 때문에 변신을 꾀한
셈이다.

동시에 세계 최대자동차시장인 북미시장의 든든한 거점을 확보할 수도 있다.

크라이슬러는 유럽내 시장점유율을 단번에 12%까지 올릴 수 있게 된다.

현재 크라이슬러의 유럽시장 세어는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더욱이 미국내에서의 만년 3위자리를 탈출하기 위해선 유럽지역 판매를
증가시키는 게 필수적이다.

물론 양사간 합병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현재 양사는 각각 이사회를 통해 승인의 절차를 남겨 놓고 있다.

이 절차를 통과하더라도 주주들의 최종승인을 거쳐야 한다.

또 합병시 경영진의 구성문제도 간단치가 않다.

양사간 지역별 생산비율이나 생산차종을 재조정하는 문제도 까다로운
과제다.

특히 이번 합병은 대륙간 합병이다.

제약업에선 실패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주주들의 문화가 달라 반발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양사간 협상이 이미 지난 95년부터 차근차근 진행되온 것으로
드러난 만큼 성사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합병보도가 나간 6일 양사는 즉각 이사회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막바지
논의에 들어간 점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설사 이번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또다른 M&A를 통한 거대화가
곧바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가능성이 그동안 설로만 나돌고 있는 크라이슬러와 BMW간의
합병이다.

결국 세계 자동차업계는 이미 소용돌이 속으로 발을 들여놓은 상황이 됐다.

< 정종태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