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인 1일 종로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빚어진 격렬한 폭력시위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냉정한 이성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루가 다르게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오늘의 경제현실이 그 어떤
계층보다도 근로자들의 고통을 더하게 하고있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지만
그것이 폭력시위를 합리화할 수는 없다.

돌과 최루탄이 날고 쇠파이프까지 등장한 이날의 폭력시위는 경제앞날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킨다.

곧바로 CNN을 통해 한국의 폭력시위가 외국투자자들의 안방에까지 전달돼
대외적으로 좋지못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점은 다음다음 우려다.

폭력등 힘의 논리로는 결코 풀수없는 것이 현재의 경제상황이라는데
대체적인 인식이 모아졌다고 봐왔기 때문에,우리는 더욱 답답하고 불안하다.

벌써 인내의 한계점에 도달했다면 정말 큰일이다.

우리가 겪어야할 고통스런 IMF불황의 터널은 앞으로도 길고도 길것이기
때문이다.

쇠파이프까지 등장하기는 했지만, 민노총의 "제1백8주년 세계노동절
기념집회"후 거리행진 도중에 발생한 이날의 폭력시위를 우리는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고는 결코 보고싶지 않다.

그러나 근로자의 날 행사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양대 노총 지도부에 대해
적잖은 실망과 우려를 갖는 것도 사실이다.

왜 한쪽은 근로자의 날이라는 정부에서 정한 명칭을, 다른 한쪽에서는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써야하며, 왜 노동단체들이 함께 행사를 하지 못하는지
이해할수 없다.

지극히 지엽적인 사안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의례적인 사안을 놓고도 노동단체간 합일점을 찾지 못하는 비타협성,
그것이 자칫 선명경쟁으로 비화될 경우 경제에 얼마나 짐이 될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5월1일 노동절(May Day)"은 1889년 제2차 사회주의 인터내셔널
파리총회에서 1884~1886년에 걸친 8시간 노동을 쟁취하기위한
미국방직노동자들의 파업을 기리기위해 정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근로자의 날(Labor Day)은 9월 첫째 월요일이다.

우리나라는 노총창립일인 3월10일을 근로자의 날로 지정, 기념해오다
지난94년 그 날짜를 5월1일로 바꾸었다.

"제1백8주년 세계노동절"이 우리에게 적절한 표현인지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메이데이 지정당시의 단결과 투쟁지상의 전투적 노동운동은
각국의 경제현실에 맞게 바뀌어진 게 사실이다.

오늘의 우리 경제상황은 무엇보다도 산업평화가 긴요하다.

"합법적 주장은 최대한 보장하겠지만 폭력을 쓰면 법에따라 다스릴
것"이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도 있었지만 경제상황이 어려운 만큼
노동운동도 절제와 책임이 더욱 긴요하다.

정부 기업, 그리고 노조가 모두 하나같이 경제현실을 직시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바로 그런점에서도 두 노총은 당연히 제2기 노사정협의에 참여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