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에 황금연휴는 없다"

징검다리 연휴가 1일부터 5일까지 이어지지만 산업현장엔 여유가 보이지
않는다.

관리직이나 생산직이나 "빨간 날"만 쉬는 것도 감지덕지다.

작년만해도 이 정도면 내리 5일을 쉬는 업체가 더 많았다.

올해는 노조는 물론 회사도 "쉬자"는 얘기를 꺼내기 어렵다.

일감이 많아서 쉬지 않는게 아니다.

일부 수출업체를 제외하곤 오히려 재고가 넘쳐 고민이다.

그렇지만 경영자 입장에선 공장을 놀려둘 수 없다.

일이 없으면 작업장 정리나 직무교육이라도 시키는게 낫다.

노조와의 합의 없이 "쉬라"고 했다간 "유급휴일"로 해석돼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노조로서도 정리해고 등 인원감축이 현안이 된 마당에 연휴타령을 할 수
없다.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화섬 정유 등 업종은 이 기간동안 공장을 풀가동한다.

물론 업종 특성상 가동 중단이 어려운 탓도 있다.

그러나 그보단 1달러라도 더 벌기위해서라고 보는게 옳다.

서산에 있는 삼성종합화학이 꼭 그렇다.

이 회사는 "고환율의 호기를 놓치지 말자"며 전사원이 생산량 극대화에
매달리고 있다.

수출이 잘되는 타이어업체들도 휴일엔 별 관심이 없다.

금호타이어의 경우는 1~5일 하루도 쉬지 않고 공장을 돌린다.

수출이 잘 될 때 많이 만들어 팔자는 것이다.

한국타이어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 금산공장은 1일 하루만 쉰다.

대전공장과 영등포공장은 1~3일을 연휴로 쉬고 4일부터는 정상 근무로
복귀한다.

가전업체들도 1일 3일 5일 등 "빨간날"만 쉰다.

2일과 4일엔 공장을 돌리기로 했다.

이들 업체들은 수출물량 확보를 위해 생산량을 늘려야할 형편이지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휴일은 쉬기로 했다.

LG관계자는 "조립작업의 특성상 무조건 강행군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업계도 공휴일만 쉰다.

이유는 전혀 다르다.

자동차업체들은 사실 수출부진과 내수침체로 재고가 많다.

< 권영설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