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화의결정을 받으려면 외자도입계획을 세워라"

최근들어 법원에서 화의결정을 받은 기업과 받지 못한 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외자도입계획 유무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자도입계획이 있는 회사는 비록 빚이 많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 인정돼 화의개시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외자도입계획이 없는 기업은 공교롭게도 모두 기각됐다.

수원지법 민사합의 30부의 만도기계에 대한 화의결정(3월 15일)이 좋은 예.

재판부는 당시 "모그룹인 한라그룹이 미국의 로스차일드사와 10억달러
규모의 브리지론 도입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현 경영진의
존속을 조건으로 외자도입이 이뤄지는 만큼 개시결정을 내린다"고 밝혔다.

외자도입 조건이라는 특별한 사정을 인정한 것이다.

홍재식 판사는 판결후 "만도기계와 같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화의신청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해 외자도입계획이 개시결정에 중요한 변수였음을
시사했다.

중견컨퓨터업체인 태일정밀도 수원지법에서 화의개시결정(3월 21일)을
받았다.

수원지법은 "은행권부채가 2천5백억원이상에 달해 개정화의법에 따라 기
각사유에 해당됐으나 외국금융기관과의 외자유치협상이 진행중인 점을
감안했다"고 결정이유를 밝혔다.

당시 태일정밀은 대만 웨이징그룹과 미국의 금융기관을 상대로 3억달러의
외자유치를 추진중이었다.

그러나 이들 기업과 달리 수산그룹과 뉴코아그룹은 화의결정을 받지
못했다.

수산그룹은 지난달 21일 법원의 권고로 화의신청을 취하했다.

당시 재판부는 "수산그룹은 재무구조가 안좋고 외자도입계획이 없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어 법정관리로 변경신청토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수산그룹은 화의가 아예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 신청을
스스로 취하했다.

지난달 화의신청이 기각된 뉴코아그룹에 대해서도 외자도입계획만
있었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뉴코아의 경우 국내 채권금융기관들이 화의에 동의해줬는데도 개시결정을
받지 못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동의와 외자유치는 금융지원이라는 면에서 성격이 같은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개정화의법에는 부채가 2천5백억원이상이고 채권자수가 많을 경우 화의를
기각하도록 돼있다.

화의는 법정관리와 달리 기존의 사주들이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면에서 한계기업들이 선호하고 있다.

<고기완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