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과 공해 전쟁이 없는 참생명의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눔과
생명사상으로 바른 사람을 만드는 "인간풀무질"에 평생을 보내 왔지만
아직도 인간과 자연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아요"

풀무원 공동체 "한삶회" 창시자인 원경선(84)씨.

최근 출간된 "생명을 풀무질하는 농부"(한길사)의 주인공이다.

이 책은 경실련 사무총장을 지낸 유재현씨가 환경.시민운동 현장에서
만난 정신적 스승 원경선씨의 "맑은 삶"을 대담과 구술로 정리한 전기이다.

초등학교를 간신히 마친 한 시골농부가 갈곳 없고 굶주리는 사람들과
함께 일터를 일구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원씨가 경기도 부천에 개간도 안된 1만평의 땅을 마련, 공동체운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55년.

그는 부초처럼 떠도는 사람들에게 땅의 고귀함과 노동의 신성함을 가르쳤다.

그러다가 76년 지금의 경기도 양주군 회천읍 옥정리 풀무원 농장으로 옮겨
왔다.

"땅은 모든 생명의 근원입니다. 이곳에서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업을 처음 시작했지요"

건강하려면 농약을 치지 않은 현미와 팥을 많이 먹으라고 권하는 원씨는
바른 농사를 지향하는 "정농회"를 창설한데 이어 사유욕을 버리고 더불어
사는 삶을 실현하기 위한 공동경작 공동소유 공동분배의 "한삶회"를
만들었다.

국회의원을 지낸 장남 혜영씨 등 일곱 자녀도 어린시절부터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 일하며 컸다.

그는 나눔과 공유의 철학을 실천하며 녹색인상(92년), UNEP(유엔환경계획)
글로벌 500상(95년), 국민훈장 동백장(97년)을 받기도 했다.

그는 "내 평생의 직업은 오로지 전도하는 농부"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 고두현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