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지수 400선이 일시 붕괴된 것은 많은
악재들이 한꺼번에 증시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외국인매수세가 급감하는 등 증시내 수급구조가 균형을
잃은 점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엔화불안 상장사부도재연 구조조정지연에 따른 실망감 노사갈등 등도
시장을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지난 1월까지만해도 증시를 떠받치는 견인차역할을 해 왔던 외국인투자자들
은 최근 급격히 몸을 움츠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4천8백37억원) 1월(1조6천억원) 2월에는 무려
2조1천8백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3월5일 535.67(연중 최고치)까지 상승
하기도 했다.

그러나 3월엔 순매수규모가 5천3백94억원으로 급감했고 이달들어서는
25일 현재 1천88억원에 그쳤다.

외국인들이 이처럼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은 원.달러환율이 1천3백원
대에서 안정되면서 환차익을 노리기 힘들어진 점이 큰 요인이다.

증시관계자들은 외국인들이 주식을 긁어모으던 시기의 환율은 1천6백원
이상이었다고 지적한다.

또 외국인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주식들을 현재 환율수준에서 달러로
계산하면 값이 별로 하락하지 않은 점도 이들이 매입을 꺼리는 이유로
분석된다.

이와함께 금융및 산업계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해 외국인들의 기대에
어긋나고 있는 점도 중요한 요인의 하나다.

한누리투자증권의 마이클 홀스버그 부사장은 "지난 1,2월 구조조정에 대한
외국인들의 기대감은 대단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구조조정이 제속도를 내지 못해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나라 안팎에서 제2의 금융및 외환위기설마저 고개를 들어
외국인들이 불안감을 감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투신 증권 은행등 굵직굵직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지속적인 매도세도
증시내 수요기반을 흔들어 놓고 있다.

이들 기관들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지상과제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올들어 1조원 안팎의 순매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반투자자들이 증시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점도 수급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계좌에 맡긴 일반인들의 고객예탁금은 지난 1월
중순 한때 4조원을 웃돌았으나 2조원대로 뚝 떨어졌다.

채권금리가 고공권을 행진, 일반인들의 주식투자자금이 고금리상품을 찾아
대거 이동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한마디로 팔 사람은 많은데 살 사람은 찾기 힘든 기형적인 수급구조다.

더구나 상장사들의 부도도 끊이지 않고 엔화의 움직임 역시 불안을 떨치기
어렵다.

증권관계자들은 "수급구조악화라는 기본 요인을 완화시키지 않고는 시장
회복을 기대키 힘들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경제개혁 작업을 서둘러 외국인들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구조조정
노력 자체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김홍열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