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한승헌씨의 글모음 "법창에 부는 바람"이란 책에 있는 얘기다.

그가 검사로 있을 때 같은 방의 C검사가 어느날 아침 출근 직후 이런 말을
했다.

"어젯밤 집에 가다가 참 별난 택시운전사를 봤다.

글쎄 택시를 잡아 탔는데 어찌나 과속으로 달리는지 겁이 나더군.

참다못해 "좀 천천히 갑시다.

난 지금 내 목숨을 당신에게 맡기고 있는 것 아니오" 했더니 저쪽에서
"이왕 맡겼으면 끝까지 맡겨 보쇼"

이러면서 계속 달리지 않겠어요"

지금으로부터 30여년전 이야기인듯 한데 요즘같은 심야 총알택시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 개그맨이 진행하는 숨은 양심을 찾는 프로를 보면 우리의 교통문화
수준을 느낄 수 있다.

법규를 지키는 사례가 드물다.

얌체운전 과속운전은 일상화 된 듯하고 음주운전 적발도 적지 않다.

경찰과의 다툼 또한 목격된다.

얼마전 판사들이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취소 소송에 참고하기 위해
자신들이 실제로 술을 마시고 측정실험을 했다.

이 실험에서 판사들은 두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측정기의 수치가 기계마다 오차가 있고 개인마다 술실력에 따른 편차가
심하다.

그래서 재판때 "원고의 항변"을 잘 새겨들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경찰청은 교통경찰들의 불친절과 단속시비를 줄이기 위해 외근
교통경찰에게 휴대녹음기를 지급, 내달부터 사용토록 했다.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시범운영 결과 효과가 컸기 때문이란다.

경찰은 심한 욕설이나 사회적 지위사칭이 크게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우려의 소리가 있다.

단속에 유리한 것만 녹음하거나 녹음내용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 영.정조때 실학자 이덕무가 쓴 청장관전서의 글귀가 생각난다.

어떤이가 저울대를 뚫고 그 빈곳에 둥근 납덩이를 넣었다.

그 납덩이는 매끄러워 굴러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자기 물건을 팔 때는 그 납을 몰래 굴려서 저울대 머리쪽에 오게하여
무겁게 하고, 남의 물건을 살 때에는 그 반대로 하여 값을 주었다.

기기나 도구는 사용자의 양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녹음기를 휴대한 공직자 교통경찰의 양식에 기대를 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