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공정위가 27일 선별적으로나마 지주회사를 허용키로 한데 대해 일단
반기는 표정이다.

대표적인 "역차별 규제"로 지적돼온 순수지주회사 금지가 어쨋든 풀렸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들은 "선별허용의 전제조건들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며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에 우선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선별허용 방침의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전경련 이용환 이사는 "일단 방향이 허용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했다.

그는 그러나 "전면 허용한다고 해도 당장 지주회사를 설립한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이왕 제도를 바꾸려면 보편적인 기준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별허용의 전제조건들은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재우 연구위원은 "결합재무제표는 30대그룹의 경우
준비기간만 2년 이상 걸린다"며 결합재무제표 작성을 지주회사 허용 전제
조건으로 삼는 것은 "사실상 계속 금지하겠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운영자금 조달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위해
상호지보를 앞당겨 해소할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일선 기업인들의 반응은 훨씬 냉소적이다.

정부가 어려운 조건을 달아 지주회사를 허용키로 한 것은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려는 조치라는 비난까지 내놓고 있다.

모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를 놓고 정부와 재계가 핑퐁(탁구)경기를 하는
꼴"이라며 "시장이 완전개방된 상황에서 왜 아직도 규제의 끈을 놓치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했다.

또 다른 한 임원은 "경제력 집중을 억제할 목적으로 대기업그룹을 묶는다면
국내 기업만 경쟁에서 뒤지게 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불만인 것은 단지 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없다는 현실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구조조정을 빨리하라고 재촉하면서 구조조정촉진책을 내놓는데
인색한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가고 있다고 봐야 옳다.

최근 일본 도시바는 지주회사를 총괄조직으로 해 6~8개의 사업부문별로
기업분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지주회사가 구조조정의 윤활유로 쓰이고 있는 대표적인 예다.

조건없이 지주회사제도를 허용해야 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재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은 이런 예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 권영설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