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애니메이션, PC게임 등 문화상품은 기획력에서 승부가 난다.

기획력 가운데서도 "내용"에 해당하는 "상품에 담긴 스토리"가 핵심이다.

국내 문화상품의 경쟁력이 처지는 것도 스토리가 호소력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재봉(38)씨는 문화상품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전문가다.

본명보다는 야설록(밤에 빛나는 푸른 눈)이란 필명으로 더 잘알려져 있는
그는 국내 최고의 만화스토리 작가다.

82년 무협소설로 작가생활을 시작한이래 1천편이상의 작품을 썼다.

만화가 이현세씨와 손잡고 만든 "아마게돈"을 비롯 "카론의 새벽" "북벌"
등과 영상소설 "대란" "불꽃처럼 나비처럼" 등이 그의 작품이다.

그가 쓴 스토리로 만든 만화는 모두 대성공을 거둬 히트제조기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지난92년 아예 회사를 세워 만화출판 사업에도 참여했다.

현재는 2백여명의 직원을 가진 (주)야컴과 도서출판 뫼, 양산박 등 3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작년부터 만화스토리작가협회장직도 맡고 있다.

"스토리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기초입니다.

스토리가 좋아져야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수준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작가의 창의성을 제한하는 규제가 많다.

가령 채찍으로 사람을 때리는 장면을 묘사할경우 한 컷안에 채찍과 맞는
사람의 등이 함께 들어가선 안되는 식이다.

심의가 정부기관에서 민간단체로 넘어왔지만 예전보다 오히려 까다로워
졌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표현이 자유화되면 훨씬 리얼하고 수준높은 만화가 나올 것"이라고
최사장은 강조한다.

그는 또 "규제를 풀고 조금만 지원을 해주면 문화산업은 수많은 실업자를
구제하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그의 관심사는 영화다.

아무리 바빠도 매주 2편씩 영화를 보고 있다.

현재 모 스포츠신문에 연재중인 "동창"을 직접 영화로 만들어볼 계획이다.

<강현철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