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사업부문의 양도계획을 공시한후 주주들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경기화학이 공시후 첫 날인 23일 증권시장에서 투매를 맞았다.

이날 경기화학 주식은 개장초부터 하한가인 2천4백20원으로 추락한후
"팔자"주문만 쌓이는 등 투자자들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업양도건이 주총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는듯 매수청구
가격(3천4백70원)에 관계없이 매도주문이 몰린 것이다.

증권감독원에 접수된 경기화학의 영업양도신고서에도 주주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을 찾아 볼 수 있다.

우선 비료와 비료원료 콘크리트 등 매출액의 75%정도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부문들이 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자금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주주들을 실망시켰다.

경기화학은 분리 매각하려는 3개 사업부문의 양도가액을 6백6억원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양도 대금이 실제로 들어올 수 있을지가 미지수라는데 있다.

경기화학의 이번 사업부문 양도는 3개의 비상장 자회사에 넘기는 것으로
돼있다.

이중 2개사는 이달에 설립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

결국 경기화학은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남는 과정을 밟겠다는 것으로
양도대금이 경기화학에 실제 유입되기는 어려운 구조로 돼있다.

경기화학은 사업부를 넘겨 받기로한 자회사가 유상증자를 할때 출자할
예정인 2백67억원을 양도대금의 일부로 갈음하고 나머지 3백억원이상을
미수금으로 잡아 놓겠다는 막연한 조건을 달았을 뿐이다.

"외상"으로 팔겠다는 것이다.

영업양수도에 대한 이사회결의가 오는 6월26일의 임시주총에서 통과될
경우를 가정해도 경기화학측이 제시한 영업실적 전망도 어둡다.

영업양도 효과가 반영되는 99사업연도에도 경상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각각
10억6천만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추정했다.

증권가에서는 경기화학의 영업 양도계획에 대해 대주주입장에서는 크게
손해볼 것이 없는 "구조조정"으로 보고 있다.

일반 주주들이 대거 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회사 자금력으로 감당할 수
없다된다면 계획을 포기하면 그만이다.

반대로 분리된 별도법인을 외국에 팔겠다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돼 대형
M&A가 성공하고 주가에도 호재역할을 할 경우 최대주주인 권회섭 경기화학
사장은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권회섭 사장은 지난 1월 실권주 등 57만주의 유상신주물량을 인수함으로써
지분율을 22.3%에서 27.8%로 올려놓았다.

또 51만주이상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도 보유하고 있다.

<양홍모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