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열린 22개국(G-22) 재무장관회의에 갔다가 지난 19일 돌아온
정덕구 재정경제부차관이 23일 뒤늦게 귀국보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정부가 세계은행자금으로 부실기업정리기금을 만들겠다고 발표한데 대한
해명을 하기 위해서였다.

정 차관은 "IBRD가 직접투자한다는 뜻이 아니었다"며 "국내를 대상으로
홍보를 하다보니 표현상 문제가 있었다"고 실수를 자인했다.

자칭 국제금융전문가인 정 차관은 또 "정부출자기금은 외국인투자를 유도
하는 일종의 아이스 브레이킹 쉽(쇄빙선)으로서 프레쉬 애플(신선한 사과)
에만 투자한다는 점을 IBRD에 설득시켰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정작 관심의 대상인 세계은행의 50억달러와 선진국의 80억달러
지원에 대해선 확실한 대답을 피했다.

세계은행측과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아 외자도입이 불투명해졌는데도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신인도가 개선되리라고 기대하는건 무리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기아자동차를 공기업화한다고 발표해 대외신인도를
크게 떨어뜨린 적이 있다.

"대출금의 출자전환"이라고 표현할 것을 국민정서를 고려해 "공기업화"라고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뒤늦게 해명했다.

이는 결국 외환위기의 결정적 요인이 되고 말았다.

정 차관은 기아자동차 처리때와 유사한 실수를 되풀이 하고서 "이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대외홍보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무슨 사건이 벌어지면 전담기구를 만들어 해결하려는 방식도 옛날 그대로
였다.

김성택 < 경제부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