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 미쓰비시"

포브스지가 최신호에서 다룬 미쓰비시그룹 특집기사 제목이다.

미쓰비시는 1백27년의 역사를 지닌 일본의 대표적 기업.

연필에서부터 우주선까지 안만드는 게 없다.

세계 최대규모인 도쿄미쓰비시은행도 갖고 있다.

미쓰비시그룹의 연간 매출액(3천7백억달러)은 작년 일본 GDP의 10%와
맞먹는다.

"일본의 자부심"이라고 말하기에 손색이 없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은 이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전자는 8억4천6백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자동차의 부채비율은 3백50%나 된다.

뉴질랜드등의 해외공장은 철수중이다.

화학은 간신히 손익분기점을 맞췄다.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도쿄미쓰비시은행은 계열사들의 부진으로
58억달러의 적자를 떠안아야할 운명에 처했다.

포브스는 이를 "일본식 경영의 몰락"으로 분석했다.

미쓰비시는 주주의 이익보다 종업원과 회사를 더 중요시하는 일본식
경영을 고수해왔다.

"우리회사 주식을 산 투자가들이 재미를 보지 못한다면 내다 팔면될
것 아니요"(미쓰비시 중공업 아이카와 켄타로회장)라는 말은 "미쓰비시
정신"을 대변한다.

포브스는 하지만 미쓰비시정신은 이익의 극대화라는 자본주의 기업의
기본원칙에 철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자본의 생산성은 미국 업체보다 37%나 떨어지고 노동생산성역시 45%나
뒤지는 것(맥킨지보고서)으로 나타났다.

또 신규사업을 할 때도 외국기업보다는 일본기업을 합작회사로 선택했다.

누가 돈을 더 많이 벌어줄 것이냐는 기준은 적용되지 않았다.

투명한 경영에도 실패했다는 게 이 잡지의 주장이다.

총회꾼들의 농간에 놀아나고 폭력배들과의 유착으로 3명의 사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공룡의 몸집을 하고 있더라고 이익의 극대화라는 기본원칙에 철저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게 미쓰비시의 교훈이라고 포브스는 결론을
냈다.

< 조주현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