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에서 자금이탈이 가속화되자 은행들이 CP(기업어음) 만기분을 상환
받는 등 대출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일부은행은 CP 신규매입을 완전 중단한 상태다.

이로인해 기업들은 단기자금 조달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돼 자금경색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계는 6월부터 35조원규모의 신종적립신탁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어서
은행신탁의 대출금회수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20일 "CP(기업어음) 매입잔액이 작년말 4조2천억원에 이르렀으나
올들어 5천억원가량 감소했다"며 "대기업 CP는 만기가 돌아오면 가급적
회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은행 관계자는 "폐쇄 종금사의 발행어음이 지급되든지 해야 신탁유동성
에 숨통이 트여 기업대출도 해줄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은행도 작년말 2조5천억원에 달하던 CP매입잔액이 2조1천억원으로
떨어졌다.

서울은행 관계자는 "만기된 CP를 일부 연장하는 수준에서 신탁을 운용하고
있으며 신규매입은 일절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서울은행은 또 그동안 유가증권 투자로 분류돼온 CP매입을 여신으로 간주
하도록 내부규정을 바꿔 CP매입을 엄격하게 제한키로 했다.

한일은행도 CP매입잔고도 4조8천억원 수준에서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올들어 새로 매입한 CP가 거의 전무하다"며 "약 4천억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가다 보니 기업자금지원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은행장 회의를 통해 "만기CP 연장" 결의가 있긴 했지만 실무적인
차원에선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은행중에선 하나등 일부 후발은행만 CP를 조금씩 사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신탁 수신고는 지난1월 2천8백59억원 2월 5조3천억원 3월 4조5백억원
감소한데 이어 이달들어선 2조원이상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 이성태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