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수출금융지원을 위해 외환보유고를 헐어줄 것을 요구하자 재정경제부
는 크게 당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노골적으로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외환위기에 책임을 느끼고 반성해야할 재계가 다소 상황이 어렵다고해서
섣불리 외환보유고를 탐내는 것은 곤란하다"(국제금융국 모과장)

물론 재경부도 궁극적으로 외환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무역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데는 공감한다.

그러나 천신만고끝에 겨우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상태인 만큼 섣불리 외환
보유고에 손을 대서는 안된다는 기류가 강하게 깔려 있다.

지난 17일 현재 외환보유고는 3백53억2천만달러로 이중 국내은행 해외점포
예치금을 제외한 가용외환보유고는 3백3억1천만달러에 이른다.

재경부는 이 정도의 규모도 불안하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의 금융동향이 심상찮은 만큼 오히려 한푼이라도
더 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도 재경부와 마찬가지로 외환보유고를 통한 직접지원은 어렵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또 산업자원부에 대해서도 힐난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작년말 시시각각 죄어오던 외환위기의 순간들을 지켜 봤으면서도 앞뒤를
재지 않은채 재계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 조일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