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제도는 최상이고 가장 효율적인 것인가.

대다수 사람들은 법과 제도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아무리 수많은 법이나 제도가 생겨나도 우리의 사회.경제활동
모두를 다 규율할 수는 없다.

어린이나 노인들은 도로교통법의 존재여부는 물론 그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들은 횡단보도에서 파란 신호등일때 건너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는 이를 어길 경우 어떤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사전에 법을 인지하고 한 행동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는 오랜 경험을 통해 습득한 습관적 행동으로 이들 대부분은 사전에
법을 전제로 행동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후적으로는 법을 준수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는 법이나 제도가 아닌 관행과 관습, 즉 오랜 기간에
걸쳐 생성된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행동
하면서 질서가 유지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또 한 예로 토지나 건물을 임대할 경우 그 본연의 재산적 가치 외에 지불
하는 권리금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함에도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법 아닌 법으로서 관행에 의해 널리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권리금을 법이나 제도로 보호할 경우 임차인은 건물의 내외부
시설에 대해 과다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가 발생한다(즉 보상의
역설문제가 발생).

법이나 제도가 아닌, 즉 관습에 의해 생성된 자생적 질서(권리금 등)도
법이나 제도가 수행하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
에서 각 경제주체들의 행동이 시장질서에 의해, 즉 수요와 공급에 의해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김강수 < 한국경제연구원 실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