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펄프 진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87년 민영화이후 최대 경영난을 겪고 있는 동해펄프의 향방이 제지업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유일의 표백화학펄프업체로 연간 40만t의 펄프를 생산,
제지업계에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진로가 관심을 끄는 것은 자구노력만으로는 회생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 때문.

게다가 무림그룹(지분율 24%)과 한국제지(20%) 등 양대주주사도 더이상
지급보증과 자금지원이 불가능하다고 최근 결정했다.

이에따라 조만간 진로와 관련한 결정을 내려야할 상황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2천1백98억원 매출에 4백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적자는 8백70억원으로 자본금 4백77억원의 두배에 가깝다.

적자규모가 커진 것은 국제펄프시세 하락 때문.

최근 펄프의 국제시세는 t당 4백20달러로 손익분기점보다 1백달러가량 낮은
수준이다.

열악한 재무구조도 금융비용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제지업계는 동해펄프의 진로를 크게 세가지로 내다보고 있다.

첫째 국제시세 급반등으로 극적으로 회생하는 것.

원자재는 가격기복이 심해 급등락을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펄프가격이 높았던 95년에는 3백53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마침 바닥세이던 가격이 서서히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엔 미국과 캐나다의 대형 펄프업체들이 4월 인도분부터 가격을 t당
30달러씩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경영난을 일거에 해소할 정도로 가격급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
라는게 업계 분석이다.

다음은 제지업계가 공동으로 출자하고 관리하는 형태로 전환하는 것.

동해펄프의 연간 펄프생산량은 국내소비량 2백만t의 20%에 불과하지만
국제메이저들의 가격횡포를 막는 안전판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제지업체들 역시 내수격감으로 제살길찾기가 바쁜 상태여서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법정관리등을 통해 시간을 번뒤 진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동해펄프측은 지난달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4백억원을 융자받아
당분간 자금압박은 없다며 다각적인 회생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말 대표이사로 취임한 정무영전무는 "법정관리신청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펄프가격이 회복되고 있어 여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제지업계는 동해펄프가 살아나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이 회사가 없으면 외국업체들의 가격횡포는 극심해질 것이고 제지업체들의
수출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동해펄프와 산업은행 그리고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산업자원부의 움직임이
관심을 모은다.

< 김낙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