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에 "잘되면 임금이요 못되면 역적"이란 말이 있다.

역사속의 수많은 반정으로 인해서 생긴 말이다.

처가인 재상집에서 무위도식하는 사위가 남편이 눈칫밥을 먹으며 기가
죽어지내는 것을 안쓰러워하던 그의 아내에게 어느날 저녁 집을 나가면서
"오늘밤 자정이 지나서 남산에 인등이 켜지거든 거사가 성공한줄 아시오.
그렇게 되면 당신도 기 펴고 살수 있을 것이오"라고 말했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도 모르게 거사를 추진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
졸이며 인등이 켜지길 고대한다.

자정이 지나 마침내 남산에 인등이 켜지자 아내는 거사가 성공한줄
알고 비로소 안심한다 야사를 많이 읽으신 어머니로부터 어릴적 수없이
듣곤하던 이야기다.

권력의 이동기마다 이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음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언젠가 한번은 빛을 볼날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되는 평범한 진리를 요즘처럼 실감하는
때가 없다.

합법적인 정권교체이건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오랫동안 관행처럼
굳어져온 편중인사의 흐름이 이젠 그동안 불이익을 받아온 쪽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인사의 정당성은 균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찾아볼수
있겠지만 너무 드러나게 지역감정을 노출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없지 않다.

단임 대통령제의 폐단중 하나는 과거사에 대한 보복과 보은으로 끝나다
보니 나라 살림이 부실해질수 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따지고보면 IMF시대를 맞게된 것도 이런 요인이 작용했다.

박정희 정권이 경제개발에 성공한 것은 더이상 자기사람을 돌봐주지
않아도 될만큼 장기집권을해 전문인사를 기용할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권력의 이동기가 끝나지 않아 어수선한 가운데 아직도 일부 기회주의자가
계속 바둑판 놀이를 하면서 자리를 옮겨다닐수 있는 것은 천재적 로비술
때문이라는 항간의 얘기는 국민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