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는 요즈음 증가하는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공공사업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하루에 1만여명이 직장을 잃어 정부 공식통계로 1백20만명이 넘는 실업자가
생겨났고 이들중 일부의 노숙 등 처참한 모습을 우리는 남의 일 같지 않게
지켜보고 있다.

앞으로 기업부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실업문제가 당사자들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 모두의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오늘의 우리경제의 문제는 단순한 외환부족에서 온 결과라기 보다는
경제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연유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 구조를 다시 고치는 일을 지금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해 나가고 있다.

경제 각 부문에 생겨나 있는 비능률 요인을 제거함으로써 경제의 총체적
경쟁력을 불러일으키는 일만이 오늘의 난국을 풀수 있는 길임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

새정부가 내걸고 있는 개혁과제, 즉 재정개혁 금융개혁 대기업개혁 그리고
노동개혁 등이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 나온 것이며 그 나름대로 합리성이
있다 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개혁과제들은 장기적으로는 각 부문의 경쟁력을
올리고 따라서 고용을 창출하는 정의 효과가 나오지만 추진하는 당장은
오히려 고통이 수반되고, 특히 고용정책면에서는 단기적으로 부의 효과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실업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정부는 우선 실업수당을 확충해 생계지원을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많은
재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이 기금 마련을 위해 정부는 심지어 공무원의 월급에까지 지원을
요청할 만큼 처참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수당의 한시성과 교육후의 재취업 제한 때문에 그효과에
있어서는 스스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다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공공사업
확대를 구상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와 관련해 사전에 생각해야 할 일들이 있다.

첫째로 우리의 재정이 비교적 건실하기 때문에 공공사업을 제한적으로
확대할 여지는 있다 하겠다.

그러나 무리하게, 그것도 정치적으로 소위 "획기적인 확대"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930년대 미국의 뉴딜정책같은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정치적인 쇼와 같은 인상을 받을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로 공공사업은 철저한 경제성있는 사업으로 선정돼야 한다.

옛날 새마을 취로사업 같은 접근은 지금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존 계획된 사업등에서 철저하게 타당성을 검토해 가능하면
고용집약도가 큰 사업으로 제한, 선정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 재정에 여유가 있어서 이런 일을 생각하는 것이
아님을 모두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창출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너무 조바심을
내서는 안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개혁과제의 추진을 미뤄놓은 채 실업대책에 몰두한다면
오늘의 난국을 수습하는 일의 우선 순위가 뒤바뀌는 결과가 될 것이다.

1980년대 소위 버블의 정리를 미국은 과감히 받아들여 구조조정으로
접근했고 같은 때 일본은 구조조정보다는 금리를 인하하는 등 현실적 아픔을
연기하는 방법으로 접근한 결과가 오늘 양국경제의 극명한 차이로 나타나고
있음을 본다.

우리도 고통을 연장하는 방법보다는 어렵더라도 개혁과제들을 과감하게
단기에 끝내 기업의 경쟁력을 회생시킴으로써 고용을 해결하도록 해야한다.

그러나 이 방법이 당사자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빨리 풀어주어야 한다.

우선 모든 개혁과제에 대한 총체적인 계획과 상세한 시간계획을 마련하고
누가 추진하는지를 명확하게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지금 사실 실직자든 아니든 새 정부가 지난 4개월동안 쏟아놓은 그 많은
정책(commitments)들에 대하여 조금은 혼란스럽고 불안해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하루속히 개혁정책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고 그 추진에
국민적합의를 구하는 것이 실직자에게 희망을 주는 일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어려움이 단기간에 끝난다는 생각보다는 어렵더라도
좀 오래갈 것임을 깨닫고 실직자든 아니든, 정부든 가계든, 근로자든
경영자든, 정치권의 여든 야든 함께 이겨나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경제전쟁임을 모두 인식하고 긴장감속에서 개혁과제들을 풀어간다면
우리경제는 구조조정을 마치고 실업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