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잘팔린다.

IMF한파로 실직자가 늘어나고 직장인들도 감봉등으로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자 상대적으로 값이 싼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때문이다.

최근들어서는 남대문 인력시장이나 한강 고수부지 북한산등지의 편의점과
포장집들은 컵라면 등을 찾는 라면족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말 실직한 김철희(27, 건설업체 노무직)씨는 이제 점심을 라면으로
떼우는게 일상화됐다.

아침에 집을나와 일거리를 찾아 건설현장을 기웃대다 점심때는 으례히
한강 고수부지의 편의점에서 라면을 산다.

7백원 정도인 컵라면같은 용기면 하나로 저녁까지 버틸수 있다는게 그의
얘기다.

아침마다 인력시장이 열리는 남대문 근처나 서울역 주변의 포장집은
점심때면 라면고객으로 장사진을 이룬다.

"실업자가 늘면서 3월들어 라면수요가 2배 이상 늘어났다"고 이곳 포장집
주인은 귀띔한다.

라면족은 이들 실직자뿐이 아니다.

웬만한 가정에서도 외식이란 단어가 사라지면서 일산신도시에 사는 이경자
주부(37)의 경우 일요일 점심메뉴는 피자 대신 라면으로 바꿨다.

회사야근자들도 식당에 가는 대신 컵라면 등으로 저녁을 때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연 라면업체들도 때아닌 호황을 만났다.

농심 등 라면 5사의 올 1.4분기중 라면매출액은 3천6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4%나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라면 가격이 지난 1, 2월 두차례에 걸쳐 평균 26% 오른것을 감안해도
수량면으로 8%나 증가한 것이다.

IMF시대에 접어들면서 웬만한 식품류의 매출이 줄어 든 사정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요다.

특히 1천5백원대 고급라면은 잘 팔리지않는 반면 신라면 등 4백50원대
보급형과 물만 부으면 즉석에서 먹을수있는 용기면의 매출은 40%이상
늘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같은 라면특수는 자금난으로 화의를 신청중인 삼양식품마저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회사는 1.4분기중 매출이 30%정도 늘어 자금난해소에 큰 도움을
받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사 생산직관계자는 수요가 급증하는 날에는 야간 특근을 해야할
정도라고 들려줬다.

최대 라면업체인 농심은 1.4분기중에만 1천8백11억원어치를 팔아
전년동기비 매출이 30.8%나 늘어났다.

4백50원대 주력제품인 신라면의 매출액은 6백88억원으로 이회사 총 라면
판매액의 38%를 차지했다.

오뚜기도 같은기간중 매출이 전년동기비 43.3% 급증한 3백77억원에 달했다.

한국야쿠르트는 4백50원대 비빔면의 매출이 1백% 늘어난데 힘입어 1.4분기중
매출신장률이 53.8%에 이르렀다.

빙그레도 뉴면 맛보면의 수요 증가로 매출액이 전년동기비 34% 늘어난
1백30억원에 이르렀다.

< 김영규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