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 31일 "경상수지 5백억달러 흑자 계획"을 내놓은 것은
지금처럼 "여유있게" 대응해서는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정책의 우선순위를 놓고 갈피를 못잡는 정부에 정책역량을
"수출극대화"에 집중할 것을 공식 제의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좌승희 한경연 원장은 이날 "중장기적인 해결방안을 추진하다보면
실물경제기반을 완전히 잠식당하고 만다"고 말했다.

"1,2년내 큰 폭의 흑자를 내서 외채를 갚지 못하면 원리금 상환은
장기화되고 신인도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국제통화기금(IMF)과 정부의 추진방식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최소한
3~4년은 지나야 잠재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다.

그 사이 투자는 계속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성장잠재력은 물론 기존의 생산기반까지 붕괴될 것이 분명하다.

경제구조가 건전해지기는 커녕 영원한 "3류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외채를 조기에 그것도 덩어리째 상환할 수 있는 "초긴급대책"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재계가 5백억달러 흑자계획을 서둘러 마련한 데는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기업지원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포석도 깔려있다.

모그룹 관계자는 "새정부가 기업경영구조 선진화 등 호황 때 사용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는 우선 경제회생의 가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한 대안이 "수출극대화를 통한 흑자기반 조성"이다.

이뿐 아니다.

재계는 경상수지 5백억달러 흑자 계획이 상당한 부수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고용창출 효과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수희 한경연 연구위원은 "신규 시설투자를 줄이고 기존 설비의 가동률을
극대화하면 기업의 고용여력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1일 2교대로 돌리던 공장을 3교대로 풀가동하면 30% 정도의 인력수요가
새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내수중심의 구조를 개방형인 수출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한경연의 설명이다.

현재 우리 경제의 내수 대 수출비율은 69대 31.

국내 수요 중심에서 탈피해 해외수요를 확대해 가면 장기적으로 60대 40의
구조로 바꿀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마디로 "수입유발적인 경제구조를 깨자"(좌승희 원장)는 것이다.

한경연이 이날 내놓은 계획은 김우중 차기전경련회장(대우그룹회장)의
아이디어에 서 나온 것이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기업인의 모험심이 상당부분 반영돼있다.

재계의 야심찬 계획에 정부가 어떤 지원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 권영설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