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의제도의 존폐를 놓고 법원과 기업,금융기관이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다.

뉴코아그룹 채권은행단이 법원의 화의기각방침에 반발, 법원에 화의개시
요청을 하고 나섰다.

이번 싸움 결과에 따라 생사가 달려있는 쌍방울 미도파 등 65개 화의신청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화의제도를 둘러싸고 왜 이처럼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것일까.

<>법원

대기업의 화의신청에 대한 법원의 시각은 곱지않다.

법정관리를 신청해야할 기업들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화의를 악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법원은 부채규모와 채권자수가 많은 기업은 화의개시결정을 안내줄
방침이다.

지난 23일 뉴코아그룹 9개사에 대한 기각방침을 미리 밝힌 것이 신호탄.

금융기관 등 채권자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기전에 "사망진단서"를 발부한 셈.

뉴코아그룹은 부채액수가 2조원이 넘는데다 채권자수도 많아 화의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법정관리로 가라는 얘기다.

법원은 채권자동의여부도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단순한 참고사항일뿐 법원을 구속하는 강제성은 없다는 것.

채권자들이 동의해도 요건에 안맞으면 그만이라는 게 기본입장이다.

법원은 또 기업과 채권자들이 동의조건으로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신청기업들이 금융기관과 담보권유보 및 연체이자율인하를 조건으로
우대금리에 5~7%를 더한 가산금리를 지급키로 하는 이면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동의, 금융기관은 부실채권방지라는 이익을 화의를 통해 보려한다는
지적이다.

<>기업

화의개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기업들은 불만이 많다.

화의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자율협약에 따라 결정될 사항일 뿐 법원이
결정권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며 법원의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채무액이 많고 채권자들이 많다는 것만으로 화의개시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얘기다.

개정화의법이 채권자협의회 의견을 묻도록 한 것도 채권자들의 동의여부가
개시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혼란의 원인이 애매모호하게 규정된 기각요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러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추상적이어서 채권자수와 채무액과다여부만으로
따질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개별기업의 특수한 경영사정과 장래 수익성,업종 전망등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추상적인 화의법은 법원의 자의적 판단을 부추길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박용석 변호사는 "채권자들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로 이들이 동의한다면
채권자수와 채무액의 과다에 상관없이 화의개시를 결정해주는 것이
시장경제논리에도 맞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뉴코아그룹의 주요채권단이 화의에 찬성하고 있는 것은 신청후 상당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화의기각은 회사 이익은 물론 채권자 이익에도 반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즉 기각후 법정관리나 파산절차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오히려
부실기업처리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에도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기관들은 대기업의 경우 주식포기각서와 처분권을 위임받으면
자구계획에 대한 감시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조건부 화의개시입장을 제시했다.

또 주식포기각서를 담보로 받을 경우 제3자 인수 추진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정관리의 경우 최장 10년에 이르는 채권회수기간과 낮은 이자율도
금융기관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 이심기.손성태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