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에 단일통화를 도입하기 위한 카운트다운 벨이 울렸다.

유럽연합(EU)집행위는 25일 내년 1월 출범하는 유럽경제통화동맹(EMU)
참가국을 결정했다.

이로써 단일통화 유러화를 처음부터 도입하는 나라가 EU 15개 회원국중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11개국으로 확정됐다.

회원국중 영국 그리스 덴마크 스웨덴은 제외됐다.

그리스는 자격미달로, 영국 등 3국은 스스로 원하지 않아서였다.

유러화 초기도입국이 확정됨에 따라 유럽대륙의 "다국가-단일통화" 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제 유럽의 단일통화도입은 기정사실이 됐다.

큰 문제가 없다면 유러는 앞으로 달러화와 함께 지구경제의 양대
기축통화가 된다.

지난 89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유럽정상들이 하나의 통화만을 사용하자고
결의했을 때 대다수 사람들은 "불가능"이란 말을 머리에 떠올렸다.

그러나 10년의 준비끝에 역사상 처음으로 11개국이 같은 화폐를 사용하는
시대가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도입전까지 남은 일정 =남은 작업은 크게 3가지.

참가국통화들간의 환율교환비율 결정, 유럽중앙은행총재 선임, 유러화와의
교환비율결정 등이다.

다소 논란은 있겠지만 별탈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0년이나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이중 오는 5월2~3일 열리는 EU특별정상회담에서 2가지가 결정된다.

참가국간의 환율과 총재선임건이다.

환율은 유럽환율안정장치(ERM)내의 중심환율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들은 ERM내에서 각국간 중심환율을 정해놓고 여기에서 아래위로
각각 2.25% 범위안에서 환율이 움직이도록 돼있다.

독일과 프랑스경우 중심환율은 현재 마르크당 3.35프랑이다.

총재문제에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대립중이다.

독일은 네덜란드 은행가 윔 뒤젠베르크를 밀고 있고 프랑스는 쟝 클로드
트리셰 프랑스은행총재를 고집하고 있다.

나머지 회원국들은 모두 독일안을 지지한다.

프랑스는 유럽중앙은행이 독일(프랑크푸르트)에 설립됐으니 총재는
프랑스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올해말에는 참가국 통화와 유러화간의 교환비율이 정해진다.

현재 서류상 유럽단일통화인 에쿠(Ecu)와 각국 통화간의 환율을 토대로
유러화에 대한 교환환율이 정해질 전망이다.

지금 1에쿠는 1.97마르크이다.

따라서 내년에 유러가 도입되면 독일의 경우 약 2마르크가 1유러가 된다.

<>유러도입후 일정 =유러가 도입되더라도 곧바로 실생활에 쓰이지는
않는다.

3단계를 거친다.

1단계는 99년1월~2001년 12월까지 3년간으로 유러는 국공채발행 등 금융
거래에만 사용된다.

2단계는 2002년1월~6월까지의 과도기로 실생활에 유러와 기존의 자국통화가
함께 사용된다.

유러도입후 3년이 지나야 유러지폐와 동전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마지막 3단계인 2002년7월부터는 각국 통화가 모두 사라지고 유러화만
쓰인다.

<>유러화의 위상 =유러화를 쓰게 될 11개국의 전체 경제규모는 미국과
엇비슷하다.

지난 96년 기준으로 인구는 2억9천만명으로 미국(2억7천만명)보다 약간
많다.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4%로 미국(19.6%)보다
조금 작다.

세계교역비중에서는 18.6%로 미국(16.6%)을 앞지르고 있다.

유러가 세계기축통화자리를 놓고 달러와 경쟁할만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영국 등 나머지 국가들이 3~4년후 유러를 채택할 경우 유러가
5년후쯤이면 달러와 함께 양대 기축통화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정훈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