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을 위한 대기업정책이 지나치게 성급하게 마련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정책들이 부처간 사전조율없이 무분별하게 양산되면서 정부내
에서도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속에서 기업구조조정은 반드시 달성해야할 과제이긴
하다.

하지만 중요한 기업정책을 정부내 의견조율과정도 없이 한건주의 식으로
내놓는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게 과천 관가의 분위기다.

이 때문에 기업구조조정의 ''총대''를 멘 은행들도 정부정책의 실현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제기된 기업부채비율 축소방안이 즉흥정책의 대표적인 경우로 꼽힌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대기업의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낮추는 시점을 당초
2002년에서 99년말로 앞당기라고 각 은행에 지시했다.

그러나 이에대해 대기업들은 물론 재정경제부조차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는
분위기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의 금융환경을 감안할 때 내년말까지 부채
비율을 2백%로 줄이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부채비율축소에는 당연히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현실적인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기관들도 대부분 무리한 발상이라는 반응이다.

모은행장은 "내년말까지 부채를 절반으로 줄일 경우 극소수의 기업만 살아
남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주회사설립 허용문제도 정부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재정경제부는 국내기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허용하는 시점에 맞춰 지주회사설립을 허용해줄 계획이었다.

국내기업도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기조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사전협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깨졌다.

최근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이 지주회사설립시기를 2000년이후로 못박았기
때문이다.

공정위측은 지주회사의 설립허용 전제조건으로 <>경영의 투명성확보
<>결합재무제표 작성 <>상호지급보증 완전해소 등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지주회사설립문제를 이처럼 도식적인 차원에서 처리해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결과적으로 국내기업들은 상당기간 외국인과의 역차별을 감수해야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사실 새정부출범을 전후로도 비슷한 기업개혁방안들이 많았다.

''빅딜(대기업간 사업체교환)''이나 그룹계열사의 대폭적인 축소 등이
대표적인 방안들이었다.

그러나 이정책들은 여러가지 현실적인 제약요인으로 인해 일찌감치 한계를
드러냈다.

굳이 해당기업들이 반발하지 않더라도 이상론에 치우친 무리한 정책은
허사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정부당국자는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일훈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