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초에 공표된 KDI경제전망은 우리경제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경제전망은 통상 단일 시나리오로 발표되나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경우
낙관적 비관적 전망을 대비시킴으로써 정책대안의 선별에 도움을 준다.

심각한 노사분규를 경험했던 87년에도 KDI에서는 3개의 시나리오에
근거하여 경제전망을 한바 있다.

우리가 KDI나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경제예측의
경험이 많을 뿐 아니라 "국가예산과 정책목표"또는 재정금융정책의
기본구상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들 기관의 전망치에 근거해 경제정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망의 예측력이 높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KDI는 금융-기업부문의 구조조정이 잘 이루어지면 성장률이 올해의
마이너스 0.9%에서 1999~2002년에는 각각 2.8%, 4.9%, 5.3%, 5.4%로
회복되며 실업률도 2000년이후 3~4%수준으로 안정되고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수준을 2001~2002년에 실현하는등 향후 2년후에는 경제도약의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올해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2%, 그후에도 2~3%수준의 저성장이 예상되고 7~8%대의 높은
실업률과 환율불안이 지속되며 1인당 국민소득이 6천~7천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남미형의 장기 불황상태로 귀착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즉 KDI는 구조조정의 성패에 따라 향후 우리경제의 앞날이 결정되리라는
정책적 처방을 내리고 있다.

기업에 대해서는 계열사의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개선,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 해소, 경쟁력없는 재벌은 도태되는 시장경제 시스템 구축,
기업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한 부실기업의 신속한 정리, 화의나 법정관리
결정시 부실기업에 대한 벌점주의 적용과 강력한 자구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재벌개혁의 절박성과 이의 주체는 총수
자신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정부에 대해서는 기업정책의 투명성과 기업정책의 수단과 목표가
시장경제원리와 국제적 준거에 합당해야 함을 권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회장실 기조실등 기업내 개혁주체 조직의 폐지나 재벌에
3~6개의 주력업체를 강요하는 방침은 바람직스럽지 않으며 은행을 통한
재벌개혁은 선금융개혁-후재벌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효과를 거둘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한편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재벌간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으며 30대,
50대그룹등에 대한 모든 규제는 철폐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KDI의 "낙관적"전망에 의하면 올해 성장률을 마이너스 0.9%로 보고
있다.

98년의 경우 총소비 총고정자본형성이 각각 4.4%, 33.0%로 큰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이 소폭 하락할 것으로
본 이유는 총수출이 17.7%로 대폭 증가함에 비해 총수입은 5.8%로 감소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과거 KDI의 예측을 보면 성장 물가에 비해 경상수지나 자본수지의
예측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1977~91년의 15개년 장기전망을 보면 성장(실제 8.2%, 전망 10.1%),
물가(실제 10.9%, 전망 8.4%)의 격차는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났으나
경상수지(실제 87억달러 적자, 전망 31억달러 흑자)는 그 괴리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

이와같이 예측의 특성상 경상수지의 정확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KDI는 98년 경상수지 흑자 폭을 2백53억달러로 높게 보고 있다.

그러나 올해 1~2월의 경상수지 흑자는 "원"화의 평가절하에 따른
가격경쟁력에 의해서만 주도되었다기보다 금 모으기운동과 내수부진속의
원자재수입 차질등이 상당 부분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설비투자가 36.4%나 감소한다면 이러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KDI는 구조조정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환율상승과 내수격감으로 구조조정이
원활할 때에 비해 향후 2~3년간 오히려 흑자규모가 증가할수 있으나
경제규모의 축소로 결국 흑자폭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구조조정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환율이 장기간 1천5백원대에 머물
가능성때문에 이런 결과가 초래되리라는 것이 KDI의 견해다.

이는 다른 제요인들을 간과한 결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1~2월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경상수지 흑자를
1백80억~2백억달러로 보고 있다.

이 경우 KDI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2.5%내외에 달함을 시사한다.

최근 골드먼삭스사는 한국의 성장률을 마이너스 2.9%로 보고 있고 모건
스탠리사는 연말 환율 1천7백원대, 실업자 2백만명을 추정한 바 있다.

현 우리경제의 불확실성으로 경제전망의 정밀성은 낮을 수밖에 없음을
감안할 때 "비 오는 날"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KDI가 제시한 정책방향의 근간은 타당성이 있다고 보아지나 이는 수출의
급등을 전제로 한 전망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올해 경기대책
실업대책이나 구조조정의 완급등 제반 경제운용의 유일한 지표로 삼는데에는
신중함이 요구돼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