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이 속속 원유생산 축소에 합의함에 따라 "유가 한자릿수 시대"에
대한 기대감은 일단 깨졌다.

배럴당 10달러선 밑으로 곤두박칠치던 유가가 석유 "메이저"국들의 감산
협의로 당분간 급반등세를 이어갈 것이 확실시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대체로 배럴당 1~2달러정도 오른 시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게
중론이다.

물론 "당장은 몰라도 저유가시대 폐막을 장담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감산에 합의한 나라들 외에 나머지 산유국이 얼마나 감산에 동참할지, 또는
감산합의 자체가 제대로 이행될지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23일 유가는 일단 급등세로 출발했다.

런던 및 싱가포르 선물시장에서 국제유가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등의 배럴당 가격이 지난주말보다 일제히 1달러이상씩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산유국들이 감산에 따른 재정위축등의 부담을 더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 같다"며 한동안 유가급등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만일 감산에 합의하는 나라가 계속 늘어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대부분 분석가들은 이번 메이저국가들의 감산 합의가 다른 산유국의 감산
동참을 유도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반영한듯 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에 이어 이란 쿠웨이트 알제리
아랍에미리트연합 오만등 5개국이 추가로 오는 4월1일부터 감산에 돌입
한다고 23일 발표했다.

문제는 합의사항의 실천여부.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이 산유국들이 감산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국제
유가는 또다시 급락, 배럴당 10달러선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석유전문가는 "지난 80년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들의
감산협의가 실패로 끝난 경험에 비춰 이번에도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지적
했다.

현재로선 이번 합의가 어느정도 이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가속락으로 산유국들이 심각한 재정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수입의 90%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쿠웨이트는 지난해 11월 배럴당
17달러에 달하던 원유 수출가가 올들어 10달러선으로 급락, 정부 예산을
25%나 삭감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할 경우 연간 10억달러씩 수입이 감소하는
이란은 1백70억달러에 달하는 외채부담을 덜기 위해 올들어 수입관세를
두배로 올렸다.

재정 수입의 40%를 석유독점기업 "페멕스"에 의존하고 있는 멕시코 역시
이미 한차례 예산을 축소조정한데 이어 곧 2차 감축을 단행할 예정이다.

올들어서만 유가하락으로 인한 걸프국가들의 손실액이 70억달러를 넘는다는
전문가들의 추산은 산유국들이 더 이상 공급과잉을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말해 준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