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처리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은 비교적 명확하다.

''엄정 중립''이 그것이다.

법정관리 개시결정이 내려지면 법정관리인 채권단 주주 등이 의견을 모아
처리방향을 최종결정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발표에 대해 그다지 싫지
않다는 반응이다.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이 많아 기아자동차의 자체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왔기 때문이다.

아직 표면화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자동차도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인수의사
를 가시화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는 여러 기업들이 인수에 나설 경우 공개경쟁입찰을 유도, 제3자인수에
따른 기아측의 반발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새정부 출범이후 주창돼온 ''빅딜''의 취지에도 부합된다는
판단이다.

사실 정부는 좋든 싫든 직.간접적으로 기아문제에 개입하게끔 돼있다.

기아자동차의 최대채권은행이자 출자를 앞두고 있는 산업은행이 국책은행
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향후 기아처리과정에서 산업은행뿐만 아니라 정부측의 의견을
들어볼 수밖에 없다.

기존 정부의 입장은 제3자인수였다.

그동안 부도유예 법정관리 화의 협조융자 등 갖가지 방안들이 제시되거나
실행됐지만 10조원이 넘는 부채규모와 1백여개의 채권금융기관들을 감안할
때 대부분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결국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방안은 제3자인수를
통한 정상화였다.

이같은 정부의 태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새정부출범과 현대자동차의 인수의사표명으로 상황이
달라진 만큼 기아문제는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풀리게 됐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정부는 이에따라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에 따른 독과점규제조항도 크게
문제삼지 않을 방침이다.

''빅딜''이 산업전반의 경쟁력강화에 도움이 된다면 기업결합 심사기준에서
얼마든지 신축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일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