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기아자동차 인수에 본격 나섬으로써 자동차업계의 대대적인 구조
개편이 예상된다.

특히 현대의 발표는 "기아 등 부실기업처리를 조속히 하라"는 김대중대통령
의 지시가 나온 직후다.

따라서 성사여부와 관계없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자동차업계 구조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구조개편 방향은 현대 대우라는 양대 메이커 위주의 "빅2"체제를 의미한다.

현대와 기아의 생산능력을 합치면 연간 2백50만대를 넘어서면서 단번에
세계10대 자동차메이커로 도약하게 된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현대는 기아가 부도유예협약에 걸려들면서부터 기아 인수를 타진해 왔다.

정몽규 현대자동차회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그룹 관계자들은 "기아를 삼성이
인수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겠다"며 기아 인수전에 뛰어들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이번 보고서는 그같은 기아 인수 의사가 실행단계에 들어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이미 4~5년전부터 기아주식을 매집해 왔다.

이미 기아자동차의 주식 10%이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그룹은 기아 인수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경제력 집중문제에
대한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있다.

또 인수를 위한 세부추진계획을 만들어 정부당국및 기아 채권단과 접촉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제력 집중문제에 대해서는 내년에 자동차시장이 완전개방되면 국내시장
만을 대상으로 한 시정점유율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현대가 기아를 인수하면 오히려 규모의 경제효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가 기아자동차와 맞먹는 계열사를 처분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경제력 집중이라는 비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경쟁업체인 대우도 현대의 기아 인수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덜한 편이어서
현대의 인수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대우그룹은 이미 2000년대 국내외 생산능력 연간 2백50만대를 목표로
군산공장 준공, 쌍용자동차 인수에 이어 해외에서도 생산능력 확대에 주력해
왔다.

현대가 이처럼 기아 인수에 본격 나서자 삼성에는 비상이 걸렸다.

기아를 인수해 국내 자동차업계를 "빅3"체제로 재편하려는 삼성의 전략이
큰 차질을 빚게 되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럴 경우 자동차사업 포기압력이 보다 가중될 것으로 보고 현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 기아 인수에는 아직도 예상되는 걸림돌이 적지 않은 편이다.

당장 채권단이 기아와 협의중인 정상화 조건에 비해 현대가 제시하고 있는
조건이 훨씬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가 이런 문제점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