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시책중에서 그린벨트만큼 그동안 논란도 많고 정책내용이 수정
보완된 결과를 가져온 것도 드물 것이다.

지난 71년 지정이후 40여차례가 넘는 손질이 가해졌다는 통계만으로도
능히 짐작할수 있는 일이다.

가깝게는 지난해 9월 그린벨트내의 건물 증.개축을 대폭 완화하고, 병원
은행등 사회편익시설 설치를 광범하게 허용하는등 대대적인 규제완화조치가
취해진바 있다.

그런데 새정부가 들어선 지금 그린벨트문제가 다시 논의의 도마위에 오르게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일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으로부터 당무보고를
받고, 환경영향평가등 외부용역검토를 거쳐 그린벨트 재조정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김대통령은 대선공약 실천을 위해 당총재로서 이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같은 지시가 정당활동의 차원을 넘어 필시 정부정책으로
가시화될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간 걱정스럽지않다.

"또 주물러야만 하는가"에 대한 감정적인 거부반응은 물론이고 그
내용여하에 따라서는 그린벨트제도의 근본취지가 훼손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때문이다.

사실 그동안의 완화만으로도 도시의 무분별한 개발억제등 제도의
핵심기능이 이미 무력해진 상태인데 또 대폭완화를 전제로 재조정을
시도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이다.

물론 그린벨트제도가 공익을 내세워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제한해 온 것은
사실이고, 또 개별적인 사례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도 많았다는 점을 우리도 익히 알고 있다.

국민회의가 그린벨트 재조정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국민회의가 제시한 방법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조정하되
제한구역으로 계속 지정된 지역은 국가가 매입해서 엄격하게 보전한다는
것이다.

또 전체면적에 비해 과도하게 지정된 구역의 지정비율을 완화하겠다고
천명했었다.

우리는 그같은 방법이 논리적인 타당성 여부를 떠나 현실적으로는
난제일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매입재원 마련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보상의 대상과 기준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린벨트 재조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여당인 국민회의가 종래와 같이 선거의 표밭을 의식해서 문제에
접근하거나 공약이행 의무감에 너무 구속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보다
장기적인 정책과제로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또 재조정에 앞서 실시하려는 환경영향평가 역시 환경문제에 치중하기보다
국토기본계획 차원에서 자원의 최적이용과 보호, 도시의 균형개발등 다음
세대에 미칠 영향까지를 고려하는 큰 틀을 설정하고 작업에 임해야 할
것이다.

국민회의는 올해안에 조정기준을 마련하고 내년까지 재조정을 마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어차피 국가정책목표와 주민생활의 불편해소를
함께 달성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아예 건드리지 않는 것도 현명한
방법중이 아닐는지.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