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파까지 부도처리됨에 따라 작년중 부도유예협약을 적용받았던 4개
대기업그룹(진로 대농 기아 태일정밀)이 모두 몰락의 비운을 맞았다.

부실징후기업을 정상화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던 부도유예협약도 이로써
완전히 조종을 울렸다.

한때 부실기업 처리의 새로운 모델로도 평가받았던 부도유예협약은 결국
금융시장의 불안만 조장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기업을 제대로 살리지도, 제대로 죽이지도 못했다는 비난속에 파묻히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미도파는 작년 8월25일 2차 채권단 대표자회의에서 정상화 가능
기업으로 분류돼 금리우대 및 원리금 상환유예 등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채권단은 당초 5월말께 다시 정상화 가능성을 재평가한 후 향후 처리방향을
결정키로 했던 터였다.

그러나 사후적인 결론이긴 하지만 채권단은 공동으로 "부실기업"을 부실
하게 판단한 꼴이 됐다.

은행들의 오판과 실책은 비단 미도파에 그치지 않는다.

은행들은 진로그룹 6개사를 작년 4월중 부도유예에 넣고 7월말 채무상환
일정을 재조정,정상화를 지원했었다.

그러나 진로는 9월8일 부도를 내고 느닷없이 화의를 신청했다.

기아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는 케이스다.

기아는 7월15일 부도유예에 들어갔다가 9월22일 일방적으로 화의를 신청
했다.

그러다 10월24일엔 채권단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우여곡절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과 기아측은 기업정상화는 뒷전인채 김선홍 회장
퇴진문제를 둘러싸고 지루한 공방을 벌이며 국내 금융상황을 파국으로
몰고갔다.

마지막 부도유예기업인 태일정밀도 예외는 아니었다.

10월15일 부도유예적용, 11월8일 화의신청의 길을 밟았다.

4개 기업의 운명은 "탄생" 1주년(4월)을 앞둔 부도유예협약의 부끄러운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