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대책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실업확대가 예상외로 빨라지면서 보다 종합적이고 광범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수 없다.

다만 실업대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하고,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대해 정부부처간 다소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것같다.

정부는 17일 김대중대통령 주재로 경제대책조정회의를 열고 공공사업확대를
통한 고용창출과 고용보험혜택을 못받는 실업자및 장기실직자를 위한
사회안전망구축문제 등을 집중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관련부처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만들어 오는 24일까지
대책을 강구키로 했다 한다.

올해 실업자가 2백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화될 정도로 현재의
실업사태가 심각함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될수록 빠른 시일내에 대책을 확정,
시행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실업대책의 기본방향은 고용창출에 우선순위가 두어져야 하며
실직자 지원도 단순한 생계보조보다 직업훈련등 구직활동과 연계된 사업
확대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부가 올해 전체 예산의 61%인 42조원과 69개 공공기관의 중소기업제품
우선구매 예산 30조원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키로 한 것은 가장 빠른 효과를
낼수 있는 대책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10만여명의 고용창출이 기대된다니 다행이다.

그러나 이미 1백만명이 넘은 실업규모에 비하면 근본대책으로는 여전히
미흡한 내용이다.

따라서 예산형편을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적자재정을 편성해서라도
공공사업을 좀더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노동부가 제시한 사회안전망구축 사업이다.

고용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직자가 전체의 76%에 이르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저소득계층이어서 생계보조가 절실하고 사회안정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면이 있다.

문제는 재원확보다.

노동부는 5천만원이상 예금자의 이자소득에 실업세를 매겨 3조원을
거두고, 정부와 정부투자기관및 산하단체의 임금 10%를 삭감해 3조~4조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재원의 효율적 배분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난색을
표명했다고 한다.

우리 역시 그런 재원확보방안은 결코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또 민간모금행사도 곁들여지고 있지만 실직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상호부조정신의 함양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10조원이 필요하다는
실업자 구제사업에 어느만큼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실업구제등 사회안전망구축도 일반재정사업으로 추진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고, 그 재원은 세수증대가 아니면 장기국채발행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미 IMF도 실업구제를 위한 적자재정을 용인한 상황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만 적극적인 실업구제대책을 마련하더라도 "복지병"에 물들지 않도록
유의하는 일이 못지 않게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