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엔 헬리콥터 떠있고, 필드엔 골퍼들이 서있고"

이는 요즘 일요일밤 TV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TV뿐만이 아니라 신문에도 툭하면 골프장 풍경이 실린다.

그 메시지는 뻔하다.

"골퍼들은 IMF를 잊은 사람들"이라는 것.

골퍼들은 언제나 "정신 못차린 사람들"의 상징이 되고 그같은 시각에는
절대 "다른면을 보는" 타협이 없다.

한쪽면만 보며 한쪽으로만 화끈하게 끓는 것은 "냄비언론"의 특성이다.

IMF가 터지면서 모TV에서는 외제차를 타는 연예인들을 추적한바 있다.

또 외제차가 긁히거나 외제차에게 기름을 안파는 주유소의 탄생도
"그럴수 있다"는 식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땅 좁고, 인구 많고, 자원없는" 우리나라는 수출로서만이 먹고
살수 있다.

우리것을 팔려면 남의 것도 사줘야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최소한 "외제는 죽어도 안된다"는 시각은 우리의 현실상 전혀 현실성이
없다.

그런데도 "무조건 배격만이 살길"이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한쪽면만 보며
다른쪽의 손해를 자초하는 격이다.

골프에도 다른면이 있다.

일요일의 골퍼중에는 정신 나간 사람보다 "IMF를 인정하며 골프장을 찾은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IMF의 속성은 "분수에 맞지않는 골프"를 사라지게 만들수 밖에 없다.

이제는 골프를 칠수 있는 사람만이 친다.

그런 사람들의 골프를 "나쁜 짓"으로 몰아 골프장이 망하고 골프업계가
망해서 좋을 게 뭐가 있는가.

골프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스포츠이다.

밥 굶으며 술 마시면 알콜중독자이지만 밥 굶으며 골프치는 "어른"은 없다.

실제 골프는 요즘 몇달동안 IMF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