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일상적인 에피소드, 부담없는 웃음.

IMF한파속에 "가족드라마"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한때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감각적 트렌디드라마가 유행처럼 번지더니
최근엔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를 겨냥한 가족드라마가 성행하고 있다.

이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분위기를 반영, "건전드라마"를 방영해야
한다는 명분과 가족들의 TV시청시간이 늘어난다는 현실적 이유가 맞물렸기
때문.

방송3사가 3월 들어 새로 선보인 일일드라마를 보면 이러한 경향이 잘
나타나 있다.

KBS "살다보면"은 "바람은 불어도" "정때문에" 등과 비슷하게 KBS 일일극의
전형을 이어가고 있다.

60대 주현과 나문희부부를 중심으로 네딸과 사위, 그리고 막내아들의
바람잘 날 없는 생활이 드라마의 축.

젊은 스타급 연기자대신 김영란, 임채무, 이휘향, 김용건, 박성미 등
중견연기자들의 편안하고 거부감없는 연기가 드라마에 맛을 더한다.

MBC "보고 또 보고"는 김지수-정보석, 윤해영-허준호 등 젊은 커플의
사랑과 결혼이야기를 주축으로 전개되는 가족간의 갈등과 화해를 그리는
"가족 드라마"다.

SBS "서울탱고"도 김무생, 송재호, 이영하, 배종옥, 이주영, 이훈 등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출연자들이 등장, 심각하지 않은 일상을
에피소드중심으로 엮어내고있다.

가족중심 드라마는 일일극뿐 아니라 주말극과 젊은이들의 독무대였던
시트콤에까지 반영되고 있다.

요즘 시청률1위를 달리고 있는 MBC 주말극 "그대 그리고 나"는 한지붕에
모여사는 4남매의 이야기.

최불암, 박원숙 등 중견연기자들이 맹활약,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SBS 주말극 "사랑해! 사랑해!"에도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지능이 모자란
시누이까지 함께 사는 대가족이 등장한다.

MBC 일요아침드라마 "사랑밖에 난몰라", KBS 토요시트콤 "행복을 만들어
드립니다"도 한 가족의 부담없는 일상이 중심내용이다.

방송국의 한 제작간부는 "일본에서도 10년전 경제거품이 빠지면서
가족중심의 홈드라마가 유행했다"며 "이처럼 비슷비슷한 내용의 드라마에선
평범한 소재를 얼마나 맛깔스럽게 시청자들이 공감할수 있도록 구성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요즘 여러 중견연기자들이 파격적인 이미지변신을 시도, 코믹연기를
선보이는 것도 이같은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