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국회가 정상화된다고 한다.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하고 늦게나마 정신을 차린 것 같다.

새삼 저간의 경위를 되새기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정치권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양상을 되풀이해왔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실업이 급증하는등 경제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있는 상황인데도
실업대책이 담긴 추경예산등 국정현안처리는 뒤켠으로 제쳐놓았다는
점만으로도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총리서리가 위헌이냐 합헌이냐는 여야간 줄다리기가 헌법재판소로까지
번지고, 북풍조작 국정조사 등 따지고보면 그렇게 급할 것도 없는 사안들에
밀려 경제현안들이 겉돌기만한 최근 몇주간의 정국 움직임은 경제위기를
증폭시킬 수도 있는 난기류였다.

국회상황과 맞물려 정부인사가 계속 늦어지는 등 행정공백상태가
빚어지기도 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여야가 총리서리문제등은 4월이후로 돌리고 예산안등 경제현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한 것은 선후를 잘 구별한 것이라고 본다.

합의정신을 살려 전체 국가경제를 보는 대승적인 자세로 민생문제에 슬기를
모아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상황이 나쁜 만큼 정치권의 책무는 그 어느때보다 무겁다.

소득은 줄고 실업은 늘어나는 상황, 그것은 필연적으로 사회적인 갈등을
증폭시킬 수 밖에 없다.

정치권 본연의 기능이 계층간 집단간 갈등을 조화시키는 것이라고 본다면,
경제가 회복국면에 진입할 때까지 만이라도 여야가 서로를 이해하는
대타협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어떤 이유로든 한국의 정치상황이 불안하다고 비쳐질 경우 국가신인도하락
등으로 외채위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정치권은 거듭
인식할 필요가 있다.

행정부도 하루빨리 경제현안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안정시켜야 할것은 물론이다.

조직개편대상이 된 부처등 아직 미결상태인 일부 정부부처인사를 하루빨리
매듭지어야할 것이고, 정부투자기관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인사방침을 빨리
결정해 바꾸든 그대로 두든 결론을 내야한다.

자리가 불안한 여건에서 일이 손에 잡힐리 없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건 인사에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문제다.

추경예산안을 다루는 국회지만 그로인해 행정차질이 가중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각 부처장관들은 특히 유의해야한다.

국회가 열리면 실무진까지 모두 국회에 몰리는 구태가 이번에는 절대로
없어야 한다.

인사가 늦어지는 등으로 그동안의 행정공백도 적지않았던 터에 국회때문에
또 행정이 겉돌아서는 안된다.

경제위기는 이제 시작단계라고 봐야한다.

경제구조 전반에 걸친 조정작업도 이제부터 구체화해야 한다.

행정부와 국회가 경제문제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일하는 자세를 보여야할
때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없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