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금융시장 좌우'] 주식매수 관망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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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환율이 1천5백원대 초반으로 떨어지자 주식시장으로 몰려들던
외국인의 행렬이 주춤거리고 있다.
환율이 1천6백을 넘던 지난 11일 9백3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이 지난 14일 환율이 1천5백37원으로 떨어지자 1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달초에도 환율이 치솟으면서 매도우위를 보이던 외국인이 다시 매수우위
로 돌아선 적이 있어 증권가에선 일단 매수강도를 조절하는 숨고르기 차원
으로 보고 있다.
한국시장을 떠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반응이다.
외국인의 주식매수가 이처럼 소강국면에 접어든 것은 환율하락이 1차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외국인 자금에는 미국계 연금과 같은 장기투자자도 있고, 홍콩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리저널펀드 같은 단기성 자금도 있다.
이익이 나는 곳이면 어디든 쫓아다니는 이런 자금은 환율이 떨어지면 즉각
이익을 실현시키고 본다.
거액의 장기성 투자자금도 주식을 사더라도 환율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는
입장이다.
채권시장으로 들어오는 달러자금은 환위험을 헤지해 두는 반면 주식시장
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장단기자금을 불문하고 거의 헤지를 하지 않는다는
점도 환차익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을 말해 준다.
외국인의 주식보유비중이 이미 싯가총액의 20%를 넘었고 우량주의 주가
수준도 결코 낮지 않다는 대목도 주식매수를 망설이게 한다.
이옥성 WI카증권 서울지점장은 "20%라는 싯가총액 비중은 아시아 각국의
투자비중과 비교할 때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라며 "주가가 싸지면 주식을
사겠다는 외국인은 많지만 오르는 주가를 쫓아가며 사겠다는 외국인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연되고 있는 금융기관 수술작업과 기업 구조조정 같은 요인도 외국인을
관망세로 내몰고 있다.
신정부의 개혁구상에 미소를 짓던 외국인도 최근들어선 "좀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고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조각으로 신정부의 외양은 완성됐지만 주요 경제
정책결정자의 얼굴은 물론 정책성향이나 방향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 대한 관심도 주식매수를 소강국면으로 이끌고 있다.
올들어 14일까지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규모는 2조5천3백93억원어치로 상장
및 코스닥주식 순매수규모인 4조6천1백40억원어치의 55%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남우 삼성증권이사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식욕을 돋울만한 동기가
약해지면서 요즘 한국을 방문하는 투자팀은 오히려 채권투자에 대해 문의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외국인이 이처럼 주식투자에 대해 관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한국을 비관
하는 정도는 아니므로 환율이 오르거나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관심을 보일
것이란 견해가 많다.
송동근 ABN암로증권 이사는 "최근 상황으로 보면 환율을 기준으로 외국인은
1천6백원대 후반에선 주식 매수, 1천5백원대에선 매도 패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네시아 위기와 중국 위앤화 평가절하 가능성등 동남아 금융불안이
가시지 않는 상황이어서 주변상황이 꼬일 경우 한국도 태풍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허정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6일자).
외국인의 행렬이 주춤거리고 있다.
환율이 1천6백을 넘던 지난 11일 9백38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이 지난 14일 환율이 1천5백37원으로 떨어지자 1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달초에도 환율이 치솟으면서 매도우위를 보이던 외국인이 다시 매수우위
로 돌아선 적이 있어 증권가에선 일단 매수강도를 조절하는 숨고르기 차원
으로 보고 있다.
한국시장을 떠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반응이다.
외국인의 주식매수가 이처럼 소강국면에 접어든 것은 환율하락이 1차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외국인 자금에는 미국계 연금과 같은 장기투자자도 있고, 홍콩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리저널펀드 같은 단기성 자금도 있다.
이익이 나는 곳이면 어디든 쫓아다니는 이런 자금은 환율이 떨어지면 즉각
이익을 실현시키고 본다.
거액의 장기성 투자자금도 주식을 사더라도 환율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는
입장이다.
채권시장으로 들어오는 달러자금은 환위험을 헤지해 두는 반면 주식시장
으로 들어오는 자금은 장단기자금을 불문하고 거의 헤지를 하지 않는다는
점도 환차익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을 말해 준다.
외국인의 주식보유비중이 이미 싯가총액의 20%를 넘었고 우량주의 주가
수준도 결코 낮지 않다는 대목도 주식매수를 망설이게 한다.
이옥성 WI카증권 서울지점장은 "20%라는 싯가총액 비중은 아시아 각국의
투자비중과 비교할 때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라며 "주가가 싸지면 주식을
사겠다는 외국인은 많지만 오르는 주가를 쫓아가며 사겠다는 외국인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연되고 있는 금융기관 수술작업과 기업 구조조정 같은 요인도 외국인을
관망세로 내몰고 있다.
신정부의 개혁구상에 미소를 짓던 외국인도 최근들어선 "좀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고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조각으로 신정부의 외양은 완성됐지만 주요 경제
정책결정자의 얼굴은 물론 정책성향이나 방향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 대한 관심도 주식매수를 소강국면으로 이끌고 있다.
올들어 14일까지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규모는 2조5천3백93억원어치로 상장
및 코스닥주식 순매수규모인 4조6천1백40억원어치의 55%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채권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남우 삼성증권이사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식욕을 돋울만한 동기가
약해지면서 요즘 한국을 방문하는 투자팀은 오히려 채권투자에 대해 문의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외국인이 이처럼 주식투자에 대해 관망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한국을 비관
하는 정도는 아니므로 환율이 오르거나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관심을 보일
것이란 견해가 많다.
송동근 ABN암로증권 이사는 "최근 상황으로 보면 환율을 기준으로 외국인은
1천6백원대 후반에선 주식 매수, 1천5백원대에선 매도 패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네시아 위기와 중국 위앤화 평가절하 가능성등 동남아 금융불안이
가시지 않는 상황이어서 주변상황이 꼬일 경우 한국도 태풍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허정구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