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독직파문이 일본의 금융계를 강타하고 있다.

마쓰시타 야스오 일본은행 총재는 12일 요시자와 야스유키 증권과장의
접대파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하시모토 총리에게
전달했다.

일은총재가 임기도중에 독직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은은 지난 1882년 설립이래 처음으로 검찰로부터 수색을 받는 수모를
당했다.

일본도로공단 이사, 대장성 검사관, 고시출신 커리어 관료 그리고 일본은행
영업국 과장...

"관청중의 관청"인 대장성에서 "은행중의 은행"인 일본은행으로까지 접대
독직파문이 확산되고 만 것이다.

"시장의 파수꾼" "통화의 파수꾼"으로 자처해온 일은이 왜 이같은 접대
독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됐는가.

해답은 간단하다.

업계를 죽이고 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은은 전후 자금부족시대때는 "법왕청"으로 통했다.

이치타마 전총재는 심지어 정부의 제철소 건설계획에 대해 "예정지에
냉이나 심어라"고 쏘아 붙일 정도였다.

자금이 남아도는 시대를 맞으면서 일은의 힘이 줄어들기는 했다.

그러나 금융조절수단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활용, 금융기관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행사했다.

공개시장조작과 공정할인율조정으로 금융기관의 자금조달이나 수익에
막강한 영향을 미쳐왔다.

한마디로 "일은의 정보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는 말로 설명이 된다.

이번에 터져나온 요시자와 과장의 접대독직사건도 바로 여기에 관련돼
있다.

요시자와 과장은 공개시장조작과 관련한 비밀정보를 산와와 니혼고교은행에
누설했다.

이외에도 금융조절이나 타은행의 동향에 대한 정보도 제공했다.

자금조달이나 채권 엔.달러매매에 거액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결정적인
정보들을 넘겨준 셈이다.

이같은 힘을 바탕으로 일은은 민간금융기관에 대해 "관"에 버금가는 역할을
해왔다.

금융기관이나 단체에 퇴직자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냈다.

낙하산으로 내려간 OB들을 푸대접하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자금회사
등으로 골탕을 먹이기도 했다.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일은의 막강한 영향력이 결국 검은 유착관계를
발생시키게 만들었다.

민간은행들은 회사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일은사람들을 상대로 집요
하게 접대공세를 펼쳐댔다.

구속된 요시자와 과장의 경우 산와은행으로부터만 93년6월부터 97년6월까지
30회에 걸쳐 골프 음식 접대 등으로 1백12만엔의 뇌물을 받았다.

도시은행과 접촉하는 영업국에는 접대와 관련한 은어인 "자붕(1만엔정도)"
"도붕(5만엔전후)"이란 표현이 통용될 정도다.

도시은행자금관계자들과 일은영업국조사역들과의 모임인 "시유카이"도
매월 2~3회씩 열리고 있다.

일본은행은 신일은법의 시행으로 오는 4월부터 독립성이 강화된 중앙은행
으로 거듭나게 돼있다.

투명성 공정성 비리유착관계단절 등을 통해 금융정책결정의 본산으로서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

[[ 최근의 접대독직사건 현황 ]]

<> 도로공단

- 이사카 다케히코 전이사 : 노무라증권 등 3개사로부터 3백88만엔,
니혼고교은행 등 5개사에서 3백34만엔.

<> 대장성

- 미야가와 고이치 전금융검사관실장 : 아사히은행 등 4개사로부터
8백26만엔.

- 다니우치 도시미 전 금융검사부과장보좌 : 산와은행 등 5개사로부터
4백53만엔.

- 사카키바라 다카시 전증권국과장보좌 : 노무라증권 등 2개사로부터
1백75만엔, 스미토모은행에서 38만엔.

- 미야노 도시미나 전증권감시위 상석검사관 : 노무라증권으로부터
2백73만엔.

<> 일본은행

- 요시자와 야스유키 영업국 증권과장 : 니혼고교 산와은행으로부터
4백30만엔.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