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위기에 대해 미국의 주요 은행들은 어떻게 대처했는가.

그들은 한국에 대해 진정 도움을 주려했는가.

아니면 위기를 이용해 실리를 챙기려 했는가.

유러머니지는 최근호에서 한국 외환위기를 해결코자 세계 각국 은행들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미국 은행들의 얘기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한국 외환위기 해결을 위한 긴박했던 순간들을 간추려 3회로 나누어 싣는다.

<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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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한국은 간발의 차이로 부도사태(디폴트)를 피했다.

세계는 경악했고 미국은행들은 구조계획을 짜야 했다.

시티뱅크의 외채위기 전문가인 빌 로즈와 한국을 위해 일하고 있는
비지니스 전문 변호사 마크 월커가 중심 역할을 했다.

12월 22일 뉴욕 연방준비은행 의장 윌리암 맥도너는 JP모건 채이스은행
뱅커스트러스트 뱅크오브뉴욕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뱅크 등 미국 6대
주요은행 책임자회의를 소집했다.

매일 10억원이상의 달러부족사태에 처하는 등 한국의 외환위기는 심각했고
은행들은 그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한국에 대한 크레딧라인을 유지해야 했다.

일본 금융기관들이 한국에 대출을 많이 하고 있어 한국의 채무불이행
(모라토리엄)은 세계금융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것으로 우려해서다.

다음날 두번째 회의에서 맥도너 의장은 그들의 크레딧라인을 연장해야
한다는 공식견해를 표명했다.

한국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이 사태를 주도한뒤 12월24일 뱅크오브잉글랜드 UK뱅크 HSBC그룹 등
영국 은행들은 한국외채를 다른 은행들이 모두 3월31일까지 만기연장한다고
동의할 경우에만 자신들도 단기부채를 3월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은행들은 은행숫자가 많아 29일에야 합의를 마련했다.

미국및 영국계 은행이 적절한 만기연장시기를 결정할 때까지 상환을 연장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은 혼돈스러웠다.

은행들의 만기연장기간은 일주일에서 3개월까지 각각 달랐다.

29일 회의는 98년 1.4분기 만기도래 채권보다는 연말 만기도래채권의
롤오버에 집중됐다.

뉴욕에서는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역할분담이 이뤄졌다.

미국측에서 체이스는 미국의 군소은행들과 조정에 나섰다.

JP모건은 98년초 만기도래 외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2단계 계획을 짜는
역할을 했다.

시티뱅크는 다른 국가의 은행들을 맡았다.

윌리암 로즈 시티코프 부회장은 12월26일부터 최대규모로 채권을 갖고
있으나 아직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던 일본계 은행들과 협상을 해야했다.

도쿄미쓰비시은행의 위임을 받은 일본대표들은 29일에야 뉴욕에 나타났다.

일본 금융기관의 채권규모는 파악불가능했다.

일본내에서도 채무는 쌓여 갔고 니케이지수의 하락으로 금융기관들은 자본
잠식상태였다.

아무도 혼자서는 만기연장하려 하지 않았다.

다른 국제은행들은 마침내 일본이 만기연장에 동의한다고 했을때 한해
만기연장에 동의하겠다고 했다.

로즈는 "일본만이 만기연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그들에게 설득시켜야
했다"고 회고했다.

JP모건은 29일 채권은행단 회의에서 한국의 유동성위기에 대한 장기대책을
공개했다.

통합접근 방식으로 일컬어지는 모건의 계획은 한국계 은행들이 안고 있는
1백50억달러의 단기외채를 중장기의 정부채권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추가적으로 1백억달러를 조달한다는 내용이다.

소위 2백50억달러 프로그램인 셈이다.

모건은 협상가격은 더치옥션과정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들이 떠안을수 있는 물량과 가격(금리)조건을 제출해 최저금리를
제시한 물량부터 차례로 채워나가다 마지막 물량을 떠안는 은행이 제시한
금리를 물량을 떠안기로한 모든 은행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정권교체기를 맞고 있었다.

새정부는 공식으로 출범하기도 전에 향후 몇년간 한국경제와 금융에 영향을
미칠 역할을 떠맡아야 했다.

모건의 제안에 대해 골드만삭스와 살로먼브라더스는 반발했다.

모건은 1백억달러의 대형국채를 발행해야 한다고 했으나 12월15일 한국정부
의 자문역으로 지명된 골드만삭스와 살로먼브라더스는 한국은행들의 단기외채
문제가 해결되고서야 국채발행 등 자본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다고 맞섰다.

연말 만기도래 채권을 1월말까지 연장하자는 모건의 제안도 거부당했다.

로즈는 3월말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 다른 은행들도 이를 받아들였다.

원래의 제안중에는 파생상품과 관련된 한국의 채무도 정부보증 채권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한국은행들이 회계상 나타나지 않는 파생상품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다른 문제들은 빠르게 해결되기 시작했다.

<정리=정태웅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