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그룹부도사건은 상장업체에 대한 허술한 관리감독과 형식적인
외부감사 등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후진성이 극명하게 드러난 대표적인
금융사고다.

상장업체 대표가 무려 3년동안 허위로 재무제표를 작성했으며 금융기관은
이를 믿고 1천5백억원이 넘는 돈을 무담보로 대출해준 것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검찰조사결과 주범 이은조씨는 가짜 재무제표작성외에 증권시장에 신기술
개발설 등을 유포해 기업가치를 과대포장했을뿐만 아니라 자기회사의 주가를
조작까지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 재무제표 허위작성 =이씨는 먼저 부실기업을 우량업체로 둔갑시키기
위해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실물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위장하는 수법으로
매출액을 늘렸다.

또 어음발행액과 금융채무를 실제보다 적게 기재하는 방법으로 적자폭을
줄였다.

이와함께 사채시장에서 발행한 약속어음이나 이자 등을 대표이사에게
받아야 할 채권인 것처럼 위장했다.

이씨는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상반기에만 4억원의 적자를 낸 태흥피혁을
88억원의 순이익을 낸 우량기업으로 둔갑시켰다.

이씨는 이렇게 허위로 만든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이 회사
주주들에게 5억원의 이익을 배당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러나 이는 모두 사채차입이나 이자지급비용 접대비 등이 분리되지 않은
채 대여금으로만 계상된 엉터리 회계장부에 따른 것이었다.

<> 대출금 편취 및 주가조작 =이씨는 가짜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매연저감
장치 등 시험단계에 불과한 신기술을 성공적인 것으로 포장해 금융기관으로
부터 대출금을 받아낸 뒤 이를 가로챘다.

지난해 6월 S전자 등에 차량위치추적시스템 1백45억원 상당을 판매키로
계약한 것처럼 가짜 공급계약서를 작성해 은행에서 1백20억원을 대출받았다.

또 계열사간 실물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허위로 발급한 매출세금계산서를
이용해 융통어음을 진성어음인 것처럼 속여 J할부금 융등 팩토링금융기관으로
부터 1천5백억여원을 할인받아 챙겼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치를 과대평가한 투자자들의 주식집중매입으로
6천1백원하던 태흥피혁의 주가가 4만8백원으로 6배이상 "뻥튀기"됐으며
6천2백50원하던 한주전자의 주가도 2만2천8백원으로 4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그러나 당시 신화그룹은 전체 채무액이 2천5백44억원에 이르고 이중
담보부족분만도 1천5백억원에 이르는 껍데기만 남은 회사였다.

<이심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0일자).